눈 마주치자마자 형제처럼 인사 나눈 푸틴-빈 살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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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카슈끄지 사건 냉대 없어”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빈 살만에… 마크롱 “걱정된다” 5분간 대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내내 외신들의 큰 관심을 받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부에노스아이레스=AP 뉴시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내내 외신들의 큰 관심을 받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부에노스아이레스=AP 뉴시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세계적 화제가 된 장면 중 하나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눈 ‘하이파이브’였다.

G20 정상회의 첫날인 지난달 30일 만난 두 정상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오른손을 들어올려 하이파이브하듯 강한 악수를 나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환하게 웃으며 왼손으로 푸틴의 손등을 세 차례 반갑게 두드리기도 했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두 정상이 ‘격의 없는 형제’처럼 인사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사우디의 우호적인 관계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는 뜻이다.

이번 회의 기간 내내 무함마드 왕세자의 일거수일투족은 큰 관심을 받았다. 10월 초 터키 이스탄불 내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국제사회의 큰 압박을 받은 이후 정상급 국제회의 첫 참석이었기 때문이다.

회의 전에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G20 기간 내내 카슈끄지 사건의 여파로 냉대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AFP통신 등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따돌림 받는 상황은 전혀 연출되지 않았다. 가장 뜨거운 환대를 해준 사람은 푸틴 대통령”이라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와 약 5분간 나눈 비공식적 대화도 카메라에 잡혔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걱정이 된다”고 답했다. 이어 마크롱 대통령이 “당신은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자 무함마드 왕세자는 “당신 말을 들을 것이다. 물론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화는 사우디 현지 신문 ‘사우디 가제트’가 촬영해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알려졌다. 해당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프랑스 대통령궁은 “마크롱 대통령은 ‘카슈끄지 사태에 대한 국제 조사에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참여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하고 예멘 사태의 정치적 해결의 필요성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G20 정상회의 기간인 1일 열릴 예정이었던 미-러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취소 결정으로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개막 하루 전날인 지난달 29일 트위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함정 나포 사건을 이유로 “회담 취소가 최선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미 공화당 내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러시아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만남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1일 “푸틴 대통령은 믿을 수 없는 상대”라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1일 정상회담 취소에 유감을 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강한 성격과 많은 경험을 지닌 사람”이라며 “(향후 정상회담에) 전제조건은 없다”고 말했다. 미-러 두 정상이 아예 안 만난 건 아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다자회의 사이에 비공식 면담은 했다”고 밝혔다.

카이로=서동일 dong@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푸틴#빈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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