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名문장]관상보다 마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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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 좋은 사람(好相人)’보다 ‘마음 좋은 사람(好心人)’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김구, ‘백범일지’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백범 김구 선생은 1892년 과거에 응시했으나 매관매직으로 타락한 당시 과거 제도에서 합격할 리 만무했다. 아버지는 실의에 빠진 백범에게 관상이나 풍수 공부를 해보라고 권했다. 백범이 관상학의 토대인 마의상서(麻衣相書)를 공부하고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살펴봤다. ‘어느 한군데도 귀격(貴格)이나 부격(富格)의 좋은 상은 없고 온몸에 천격(賤格) 빈격(貧格) 흉격(凶格)밖에 없다. 과거장에서 얻은 비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관상서를 공부했는데 오히려 과거장 이상의 비관에 빠져버렸다.’

백범의 산근(콧마루와 두 눈썹 사이)은 끊어진 듯 잘록해 복록과 거리가 멀고 인당(두 눈 사이의 중간점)은 곰보 자국과 주름으로 어지러워 고향을 떠나 산다. 코와 입이 큰 반면 눈이 매우 작아 어리석고 성질이 급하다. 귀테가 둥글지 않고 이지러져 가계를 중시하지 않는 성격이다. 머리카락과 이마의 경계가 곱지 않고 울퉁불퉁하니 반골로 불만이 많아 이래저래 천격이다. 콧방울이 없이 콧대만 높아 밀어붙이기만 할 뿐 모을 힘이 부족해 빈격이다. 광대뼈와 코가 크고 턱이 짧아 자존심만 높았지 말년이 약하다. 흉격이다. 난산의 개구쟁이와 사형수, 투옥, 유랑, 피신, 망명, 암살까지 사실 그의 일생은 파란만장했다.

그러나 마음으로 관상을 극복했다. 오직 한 가지 소원인 ‘대한의 자주독립’만을 위해 살아온 백범의 의지는 그를 천격 빈격 흉격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했다. 만년 백범의 얼굴에는 인의(仁義)와 사랑의 카리스마가 넘칠 뿐만 아니라 존경받는 위인으로 역사에 길이 남았다. 그러니 귀격 중의 귀격이 아닌가. 후대에 크나큰 정신적 유산도 남겼으니 이 또한 부격 중의 부격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생긴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사는 대로 생긴다.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김구#백범일지#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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