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상 “명의는 환부 정확히 수술… 해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법원행정처장, 檢수사 우회 비판… 화염병 투척엔 “있을수 없는 일”

“아무리 병소(病所)를 많이 찾는다고 하더라도 해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28일 오전 8시 59분경 출근길에 대법원 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명의(名醫)는 환부를 정확하게 지적해서 단기간에 수술해 환자를 살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오전 9시 45분경 출근했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안 처장의 발언은 ‘전날 김 대법원장의 차량에 가해진 화염병 투척이 사법 불신에 근거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안 처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심판에 대한 존중이 무너지면 게임이 종결될 수 없고 사회는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안 처장의 발언만 놓고 보면 사법부 불신의 회복이 신속한 의혹 규명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안 처장이 작심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올 6월 중순 시작된 검찰 수사는 전직 대법관을 포함해 전·현직 판사 80여 명을 소환 조사하며 5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법원 자체 진상 조사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법관의 인사 자료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되면서 김 대법원장 재임 때까지 수사가 번지는 것 아니냐는 법원 내부의 우려가 있었다.

법원 관계자는 “안 처장이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두고 입장을 표명한 것은 아니다. 사법부 관련 의혹의 규명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사회가 안정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거래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검찰이 의사가 아닌데 해부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법원의 의뢰로 시작된 수사였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안철상#화염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