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특성화高 실습 막아 취업 꽉 막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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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부총리 만난 학생들 하소연
현장실습 사고에 올해초부터 금지
학생들 “안전 떠나 모든게 어려워져”… 교사들도 “10년내 최악 취업난”
유 부총리 “미안하다, 바로잡겠다”

“특성화고에는 어려운 집안 형편에 조기 취업을 꿈꾸며 온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데 올 초 갑자기 정부 정책이 바뀌어서 저희는 취업도 못 하고, 대학도 못 간 채 졸업을 맞게 됐어요.”(서산중앙고 조민성 군)

“특성화고 교사 생활 10년 동안 올해처럼 힘들었던 적이 없습니다. 작년 이맘때엔 127개 기업에 215명의 학생이 취업했는데 올해는 36개 기업에 41명이 취업도 아닌 현장실습을 나가고 있어요. 정말 심각합니다.”(장재환 삼일상업고 교사)

특성화고 학생과 교사들이 27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특성화고 상황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금지하면서 취업길이 꽉 막혔다”며 “안전이 문제면 안전만 강화하면 되는데 모든 걸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는 교육부가 조만간 내놓을 ‘직업계교 학생 현장실습 및 취업지원 방안’ 마련을 위해 개최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특성화고 학생들이 산업체 현장실습 중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선도기업’ 중심으로 ‘학습형’ 현장실습만 가능하도록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취업 가능 대상 기업이 급감하고 학생들의 월급도 20만∼30만 원 수준으로 줄었다는 비판이 일어왔다. 기존에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3월부터 취업형 현장실습 구직활동을 시작해 100만 원 상당의 월급을 받으면서 수개월의 실습을 한 뒤 8월경이면 사실상 취업이 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특성화고 권리연합 소속 창원기계공고 지민구 군은 “선생님이 어느 날 갑자기 ‘너희는 이제 10월이 지나야 취업할 수 있다’고 하셔서 복도에서 통곡한 학생도 있다”며 “취업이 안 되니 중학교에 설명회를 나가도 특성화고로 오겠단 학생이 없고 실제로 우리 학교도 한 반이 줄게 됐다”고 말했다.

조용 경기기계공고 교장은 “지금 교육부는 선도기업 기준을 매우 높게 설정하고 선도기업이 되면 한 달에 3, 4번씩 점검을 나가는데 어느 기업이 이런 사업에 참여하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전은경 경기도 취업지원센터 취업지원관은 “실제 노무사들과 현장 점검을 나가면 ‘이럴 줄 알았으면 선도기업 안 했다’는 사장님들의 항의가 빗발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작년에 국회의원일 때 이런 사고가 다시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관련 법개정을 했는데 현장 목소릴 들어보니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라며 “새로 나올 종합대책에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답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특성화고#취업#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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