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마크롱 “대선공약 도저히 못지키겠다”… 원전감축 계획 10년 늦춰
더보기

마크롱 “대선공약 도저히 못지키겠다”… 원전감축 계획 10년 늦춰

동정민 특파원 입력 2018-11-28 03:00수정 2018-11-29 18:34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유럽 각국 에너지 정책 전환 진통
프랑스 노장쉐르센의 원자력발전소
“대선 때 제시한 계획은 현실적으로 도달하기 힘듭니다. 원자력은 신뢰할 수 있는 저탄소, 저비용 에너지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7일 ‘2019∼2028 에너지 계획안’을 한 시간에 걸쳐 생방송으로 발표하며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70% 이상인 원전 의존율을 2025년까지 50%로 낮추겠다고 공약했지만 이날 목표 시점을 2035년으로 10년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전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2025년까지 감축을 약속했지만 취임 이후 상황은 복잡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패러디한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탄소 배출이 적은 원전을 과도하게 줄일 경우 오히려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늘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우리 에너지 정책의 목표는 화석연료의 독성을 빼는 것”이라며 2022년까지 모든 화력발전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를 위해 매년 80억 유로(약 10조2355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2035년까지 14기의 원전을 폐쇄해 원전 비중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주요기사

그러나 이조차 쉬운 길이 아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2020년 여름까지는 꼭 폐쇄하겠다고 밝힌 페센하임 원전 2기는 2012년부터 폐쇄하려 했으나 6년 넘게 홍역을 치르고 있다. 원전 한 기를 폐쇄할 때마다 수천 명의 실업자가 발생하고 해당 지역 경제 근간이 흔들려 대규모 국가보조금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기후변화 대응에 투입할 예산을 마련하고 석유 소비를 줄이기 위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디젤차량 유류세를 올리려다가 택시기사, 농부, 영세 건설업자 등 빈곤층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노란 조끼’ 반대 시위에 직면해 휘청거리고 있다.

이런 고민 탓에 마크롱 대통령은 3개월 동안 국무총리 주재로 주요 관계자 대협의체를 만들어 경제, 사회, 지역 정책을 입체적으로 토론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에너지 정책 전환 과정에서 골머리를 앓는 건 프랑스뿐만이 아니다. 2022년까지 원전, 2030년까지 화력발전소를 모두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독일의 고민도 깊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석탄위원회’는 다음 달 3일 시작되는 제24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 전 석탄 연료 폐지 계획을 발표하려 했으나 논란 끝에 내년 2월 1일로 미루기로 26일 결정했다. 갈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려다 보니 수천 명의 실업자가 발생하고 이 때문에 옛 동독 지역 3개 주 정부는 “중앙정부가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놔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이날 석탄위 회의에 참석한 올라프 슐츠 재무장관은 “재정 부담이 커 추가 세금 투입은 어렵다”고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엔 이 지역 주의회 선거가 있어 정부로서는 마냥 무시하기도 힘들다.

한편 현행 15기인 원전이 수명을 다해 가면서 13기의 원전 신축을 추진 혹은 계획 중인 영국도 걱정거리를 안고 있다. 외국 업체에 원전 건설을 맡기고 있는 영국은 이 업체들에 과도하게 수익을 보장해주자니 전기료가 너무 올라 국민의 반발이 심하고 반대로 수익 보장이 적으면 원전 건설에 참여할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주 사설로 “원전 건설 때마다 논란을 겪지 말고 장기적인 에너지 계획을 다시 세우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다음 달 COP24 회의를 주재하는 폴란드의 경우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석연료 비중이 80%에 달해 환경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다. 2050년까지 화석연료 비중을 50%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원인 가스의 경우 군사적으로 대치 중인 러시아로부터 주로 수입해야 해 안보상의 문제가 제기되며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마크롱#대선공약#에너지 정책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