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범학리 삼층석탑 ‘77년만의 귀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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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때 타지로 반출… 해체-조립 거듭하며 떠돌아
진주국립박물관 이관 요청… 원형복원 끝내고 30일 일반공개

원형 그대로 복원된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사진)이 27일 국립진주박물관에서 공개됐다. 국립진주박물관 제공
원형 그대로 복원된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사진)이 27일 국립진주박물관에서 공개됐다. 국립진주박물관 제공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국보 제105호)이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 77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27일 야외전시장에서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을 공개하고, 고향으로의 복귀를 축하하는 점안식을 열었다. 상설전시실 개편 공사가 완료되는 30일부터 관람이 가능하다.

9세기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탑은 경남 산청 경호강이 바라보이는 둔철산 자락에 서 있었다. 그러나 조선시대 들어서 폐사지가 되면서 석탑 역시 허물어졌고 일제강점기에는 하염없이 떠돌아다니는 운명을 맞이한다.

불행의 시작은 1941년. 대구의 골동품상이었던 오쿠 지스케(奧治助)가 범학리 주민들을 꼬드겨 단돈 100원(엔)에 석탑을 구입했다. 당시 물가로 쌀 5가마니에 불과한 헐값에 팔린 것이다. 조각난 채 진주로 옮겨진 후 철도에 실려 대구로 운송됐다. 대구의 한 공장터에 숨겨져 있던 이 석탑은 이듬해 조선총독부가 불법 반출 사실을 인지한 후 회수해 경성(서울)의 총독부 박물관으로 이송했다.

일제강점기였던 1941년 일본인에 의해 석탑이 해체돼 대구로 반출된 직후의 모습. 국립진주박물관 제공
일제강점기였던 1941년 일본인에 의해 석탑이 해체돼 대구로 반출된 직후의 모습. 국립진주박물관 제공
광복 다음 해인 1946년 미군 공병대의 도움으로 경복궁 안에 세워졌다. 그러나 1994년 경복궁 정비사업으로 다시 17개의 부재로 해체돼 23년간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속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지역을 대표하는 석조문화재가 수장고 안에 보관돼 관람이 어려운 점을 안타깝게 여겨 석탑의 고향 근처인 진주 이관을 요청했다. 결국 지난해 2월 국립중앙박물관은 석탑의 이전·전시를 결정하면서 고향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박물관은 최근 석탑 재건을 위한 터파기 공사를 시작으로 원형 그대로 복원을 완료했다. 특히 일제강점기 석탑 운반 과정에서 사라진 하대석을 복원하면서 산청군 범학리 근처인 정곡리에서 석탑의 원석인 섬장암(閃長巖)을 찾아내 훼손된 부분 등 복원에 사용했다.

범학리 삼층석탑은 미술사적으로 전형적인 통일신라 양식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경남 지역 석탑 중에는 유일하게 탑 외부에 부조상이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국립진주박물관#통일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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