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준용씨 의혹 제기 의도 뭔가”… 이해찬도 보고받고 불쾌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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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거취’ 기류 바뀌는 與지도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 논란에 휘말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거취 문제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이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언급하자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중심으로 ‘선을 넘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이 지사와 결별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지사의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언급에 대해 “(문 씨 의혹은) 아주 정치적인 나쁜 의도에서 시작된 것인데 이 시점에서 그런 문제 제기를 한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홍 원내대표는 “(문 씨 의혹은) 5년 동안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우려먹은 소재인데 결과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걸로 판명됐고 심지어 법원 판결도 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지사를 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선 “나는 (원내 전략을 다루는) 원내대표고 그건(제명 문제는) 당에서 하는 것”이라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 중 이 지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홍 원내대표가 처음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해찬 대표도 전날 이 지사의 준용 씨 의혹 언급을 보고받고 매우 언짢아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그간 이 지사를 비판하는 의원에게 직접 자제를 요청하는 등 내분으로 번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 지사가 대통령 아들 관련 의혹까지 거론하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당 지도부는 이 지사 거취 문제를 공개적으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지사의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은 “(이 지사의 글이) 적절한 표현은 아니었지만 다들 당내 분란을 일으키고 싶어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지사에 대해 당장 징계를 하기보다 일단 검찰이 기소할 때까지 지켜보자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검찰 공소장에서 이 지사 부부의 혐의를 입증할 스모킹건(결정적 단서)이 있는지 확인한 뒤 징계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지사와 결별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은 매주 토요일 당사 앞에서 이 지사 제명 요구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의 측근인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서 “죽으나 사나 이 지사는 민주당원”이라며 당을 떠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대변인은 ‘이 지사가 기소돼도 탈당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단언했다.

보수진영은 간만의 호재를 살려 여권 균열을 노리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이 지사의 문준용 씨 언급과 관련해 “정권 중반에 ‘역린을 건드렸다’는 말이 나오면, 그것도 역린을 건드린 게 내부라면 그 정권은 이미 몰락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막장 인생의 막장 드라마”라며 “내분으로 문재인 정권도 박근혜 정권처럼 무너질 수도 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이해찬 대표가 이 지사의 거취 문제에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도덕불감증과 책임 정치 실종의 ‘역주행 리더십’, 국민과 괴리된 폐쇄 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홍정수기자
#홍영표 준용씨 의혹 제기 의도#이해찬도 불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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