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기론은 개혁 싹 자르려는 것” 靑 경제참모의 위험한 현실인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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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경제학회가 공동 주최한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위기라고 하면서 개혁의 싹을 미리 자르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욱더 개탄스러운 것은 위기론을 반복하면서 계속 요구하는 것은 기업 살리기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주요 경제 참모의 인식이 이 정도라면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진보 성향의 학자들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평소 재벌개혁을 주장해온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선제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많은 학자들의 생각”이라며 경제보좌관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경제학자뿐 아니라 기업이나 자영업자 등 경제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 고용, 투자, 소비 등 어떤 경제 지표를 보더라도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경제정책 책임자나 청와대 주요 참모가 급박한 위기상황이 실제 닥치기 전에 공개적으로 위기라고 말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정도 경제상황이라면 비상한 위기의식을 갖고 나라 안팎에서 닥칠 수 있는 각종 위기 시나리오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경제 참모의 발언에서 더욱 놀라운 점은 위기극복을 위해 기업 살리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개혁 작업을 좌절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기침체와 고용참사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기업 살리기 이외에 무엇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측근 경제 참모가 이러니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게 되는 것이다.
#김현철#경제보좌관#경제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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