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女혐오는 어디서 왔나 성차별적 범죄의 역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페미사이드/다이애나 E H 러셀·질 래드퍼드 엮음·전경훈 옮김/772쪽·3만3000원·책세상

2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열린 집회는 여성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현실을 바꾸자고 외쳤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를 덮은 건 해당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는 경찰의 주장이었다. 사건은 시각에 따라 여성혐오 범죄로도, ‘묻지마 범죄’로도 볼 수 있었지만 경찰은 나서서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우리 사회가 여성의 시각으로 사태를 보는 것 자체를 꺼린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이 책은 40여 명의 연구자들이 남성에 의한 여성혐오 살해를 뜻하는 ‘페미사이드’를 설명한 논문과 에세이를 엮었다. 가부장제와 함께 만들어진 ‘마녀사냥’부터 페미사이드를 즐길 거리로 다루는 영화까지 광범위한 역사를 다룬다. 여성의 기록 자체가 많지 않기에 쉽지 않았던 연구 과정은 지금이라도 잊혀진 목소리를 되살리고, 여성이 주체가 되는 목소리를 내려는 출발점이다. 우리 사회도 갈등이 심해지기 전에 이런 연구와 공론화가 시작되길 기대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페미사이드#다이애나 러셀#질 래드퍼드#여성혐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