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로 전쟁을 멈춘 사나이… 굿바이, 드록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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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뛰던 드로그바 은퇴 선언
“월드컵 때라도 무기 내려놓자”… 무릎 꿇은 호소, 평화로 이어져

조국 코트디부아르의 내전마저 멈추게 한 축구 스타 디디에 드로그바가 은퇴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시절인 2014년 10월 26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포효하고 있다. AP 뉴시스
조국 코트디부아르의 내전마저 멈추게 한 축구 스타 디디에 드로그바가 은퇴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시절인 2014년 10월 26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포효하고 있다. AP 뉴시스
조국의 내전마저 멈추게 한 축구 스타 디디에 드로그바(40·코트디부아르)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드로그바는 22일 영국 BBC 인터뷰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20년이 지난 지금, 내 커리어를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며 “이제 다음 여정을 그리려 한다”고 밝혔다. 드로그바는 30대 중반부터 중국과 미국 리그에서 선수 황혼기를 보냈다. 이번 시즌은 미국 프로축구 2부 리그 소속 피닉스 라이징에서 뛰었다.

드로그바는 단단한 체격에 유연한 몸놀림, 헤딩과 슈팅 능력까지 갖춘 만능 골잡이였다. 6세 때 삼촌을 따라 프랑스로 이주한 그는 유소년팀을 거쳐 1998년 프랑스 르망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로 이적해 8시즌을 뛰며 전설로 올라섰다. 매해 두 자릿수 이상의 득점을 올렸고, 특히 큰 게임에 강해 축구 팬 사이에선 ‘신(god)’으로 불렸다. 첼시는 드로그바와 함께 리그(EPL)와 FA컵 4회, 리그컵(EFL) 3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회 정상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드로그바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코트디부아르를 올려놓은 드로그바는 TV 생중계로 당시 내전 중이던 조국에 “적어도 1주일 동안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읍시다”라고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코트디부아르는 곧바로 휴전을 선언했고 이듬해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축구 하나로 평화를 일굴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다. 드로그바는 코트디부아르 국기를 달고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 102경기에 출전해 65골을 터뜨렸다.

“누군가 너의 꿈이 너무 크다고 이야기하면 고맙다고 말한 뒤 그것을 바꾸기 위해 더 열심히 영리하게 일해라. 항상 자신을 믿어라.”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을 바꿀 조언도 남겼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독일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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