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부문 채용비리, 이런 생활적폐부터 철저히 파헤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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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내대표들은 21일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정기국회 이후 실시하기로 합의하고 국회를 정상화했다. 그러나 합의 다음 날부터 국정조사의 내용과 범위를 두고 다시 기싸움을 벌이며 대립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이 드러난 것이 없다”며 “야당이 구체적인 증거 없이 국정조사를 무차별적인 정치공세의 장(場)으로 활용하려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2015년 이후 발생한 비리에 대해서만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한국당 권성동 염동열 의원의 관여 의혹이 제기된 2012∼2013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배제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민주당 내 박 시장 지지세력이 이번 국정조사에 가장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박 시장은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자청해서 감사가 진행되고 있고 정부 차원의 공공기관 전수조사에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며 국정조사는 자신을 향한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국회가 야당의 참여 속에 의혹을 확인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박 시장은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은 근거 없다고 주장하지만 국민 대부분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서울교통공사는 3월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이 가운데 115명이 재직자의 자녀 형제 배우자 등 6촌 이내 친인척이었다. 이런 게 고용세습 아니고 뭔가.

한국당이 강원랜드를 조사에서 배제하려 하는 것도 당당하지 못하다. 국정조사의 초점이 서울교통공사에만 맞춰져서도 안 되지만 특정 공기업을 사전에 배제해서도 안 된다. 이번 국정조사의 목적은 채용비리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밝혀내는 것이어야 한다. 국민의 관심을 한쪽으로 유도하거나 차단하는 것은 다 정략적인 태도일 뿐이다.

정부가 내세운 ‘생활적폐 청산’으로 말하자면 채용비리만큼 심각한 생활적폐도 없다. 채용비리는 국회 국정감사든, 정부의 자체 조사든, 감사원 감사든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필요하면 수사도 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실력이 있어도 연줄이 없어서 취업에서 뒤지는 사회에는 희망이 있을 수 없다. 여야는 정략을 버리고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자세로 국정감사에 임해야 한다.
#공공부문 채용비리#국정조사#강원랜드#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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