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환자 생존율, 서울 13% vs 경북 4%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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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환자 10년새 34% 급증… 농촌지역 응급의료대책 마련 시급

심장이 멎어 응급실을 찾은 사람이 10년 새 7000여 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로 급성 심근경색이나 부정맥 환자가 늘어난 것이다. 노인은 많고 병원은 드문 농촌 지역에선 심장이 멎었다가 살아나는 환자의 비율이 도시 지역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환자를 일찍 발견해 서둘러 이송할 수 있는 ‘생존 사슬’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질병관리본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119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한 심장정지 환자는 2만9262명이다. 2008년(2만1905명)과 비교하면 33.6%(7357명)가 늘었다. 특히 70대 이상 심장정지 환자는 같은 기간 7540명에서 2배 가까운 1만4687명으로 증가했다.

응급의료계에선 심장정지 환자를 살릴 다섯 가지 요소를 생존 사슬이라고 부른다. △119 신고 △주변 사람의 심폐소생술 △구급대원의 심장 충격 △병원 의료진의 전문 시술 △재활 치료 등이 사슬처럼 맞물려 신속하게 이뤄져야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개념이다.

지난해 17개 시도별 통계를 분석하면 농촌 지역일수록 생존 사슬이 취약하다. 우선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누군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한 비율은 서울(35.8%)과 대구(33.4%) 등 도시 지역에서 높았다. 전남(8.9%)과 경북(10.0%), 충북(13.1%) 등 농촌 지역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컸다.

노영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농촌에선 심폐소생술을 가르칠 때도 ‘애니(실습용 마네킹)’가 부족해 말로만 설명한다. 교육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구급대라도 빨리 와야 한다. 하지만 농촌은 이마저 여의치 않다. 단지 환자가 쓰러진 곳과 119안전센터가 멀어서만이 아니다. 구급차가 교통 체증에 갇힐 것에 대비해 오토바이나 소방차를 함께 보내는데, 이런 ‘다중 출동’ 비율이 대전은 88.0%, 대구는 81.8%에 이르는 반면 경남은 16.4%, 경북은 16.5% 등에 불과했다.

이런 차이는 결국 심장정지 환자의 생존율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12.7%)과 울산(11.4%), 인천(11.3%) 등 도시 지역에선 10명 중 1명꼴 이상으로 살아나지만 경북(4.1%)과 전남(5.1%), 제주(5.8%) 등은 그 비율이 크게 낮다.

류현욱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사는 곳에 따라 살아날 기회가 다른 현실을 바꾸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 지역의 생존 사슬 중 취약한 부분을 찾아내 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심정지#고령화#응급의료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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