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다음 세대를 위한 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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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존스홉킨스대에는 블룸버그 공중보건대가 있다. 이 대학 출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기부를 기념해 2001년 바꾼 이름이다. 대학을 졸업한 이듬해인 1965년 5달러를 시작으로 이미 15억 달러(약 1조6929억 원)를 기부한 블룸버그가 다시 18억 달러(약 2조276억 원)를 더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1876년 대학 설립자인 존스 홉킨스가 기부한 700만 달러가 이번 기부금 가치와 비슷하다니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대라 불러도 될 듯하다.

▷이번 기부금은 장학금으로만 쓰인다. 그의 삶이 증명하듯 가난한 학생들도 대학 공부를 할 기회를 가지면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 그는 18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대학 졸업장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게 했다. 하마터면 닫힐 뻔한 기회의 문을 내게 열어줬다”고 했다. 러시아 이민자 출신, 연 6000달러의 박봉을 받는 아버지 아래서도 학자금 대출을 받고, 주차요원으로 일해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 그 덕분에 굴지의 투자은행에 취업했고 1981년엔 블룸버그뉴스를 차려 500억 달러 자산가로 성공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유독 교육에 과감한 기부를 했다.

▷교육열이 경제성장을 이끈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는 농부의 아들, 홀어머니의 딸들이 블룸버그 같은 성공 신화를 일궈냈다. 이제는 교육이 더 이상 ‘계층 사다리’로서 기능하지 않는다. 서울대 학생 10명 중 7명은 월평균 소득 상위 20% 가정에 속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가정환경이 어려워도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코리안 드림이 ‘할아버지를 잘 만나야 성공한다’는 말로 바뀐 지 오래다.

▷최근 김영석 할아버지, 양영애 할머니는 과일장사로 평생 모은 400억 원을 고려대를 운영하는 고려중앙학원에 쾌척했다. 우리나라 4년제 대학의 연간 기부금을 합하면 4000억 원 수준이니 그야말로 거액이다. 이처럼 배우지 못한 설움을 기부로 승화시킨 소식은 종종 들리는데, 배워서 성공한 이들의 교육 기부는 인색한 듯하다. “다음, 그 다음 세대에도 능력 있는 학생들에게 나와 같은 기회를 주고 싶다.” 블룸버그의 기부가 주는 울림이 크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블룸버그#기부금#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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