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독립” vs “한가족”… 대만영화제서 터진 양안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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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3대 영화제 금마장 시상식
최우수 다큐상 대만 푸위 감독 “대만인 바람은 독립국가 대우”
발끈한 中배우들 ‘중국 대만’ 언급
궁리는 시상 거부… 연회 단체 불참

‘대만 독립’ 발언을 둘러싸고 유명 감독들과 배우들이 가세한 중국-대만 영화계 간 논쟁이 양안(兩岸·중국 대만)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사건은 17일 밤 대만에서 열린 제55회 금마장 시상식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받은 대만 푸위(傅楡) 감독의 수상 소감에서 시작됐다. ‘중화권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금마장은 중화권 3대 영화제 중 하나다.

푸위는 “우리는 언젠가 우리나라가 독립 국가로서 대우받기를 바란다. 이는 우리 대만인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反)중국 성향 대만 대학생들의 시위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우리의 청춘, 대만에서’로 상을 받았다.

중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면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6년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해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대만 정책은 더욱 강경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푸위의 발언이 나오자 영화제에 참석한 중국 감독·배우들이 발끈했다.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시상하기 위해 나온 중국 배우 투먼(塗們)은 “다시 ‘중국 대만’에 와서 시상을 하게 돼 특별히 영광”이라며 “나는 양안이 한 가족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중국 대만’은 중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용하고 있는 표현이다. 감독상을 받은 중국의 유명 감독 장이머우(張藝謀)와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은 중국 배우 쉬정(徐崢)도 대만을 언급하지 않은 채 “중국 영화가 나날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중국 배우 궁리(鞏俐)는 작품상 시상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를 거부하고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중국 배우들은 이날 시상식이 끝난 뒤 열린 연회에도 단체로 불참했다. 일정을 앞당겨 대만을 떠나는 배우가 속출했고 대만 방문을 취소한 중국 가수도 있었다.

탈세로 거액의 추징금을 납부하고 활동을 중단한 중국 톱스타 판빙빙(范氷氷)을 비롯해 중국의 스타 배우들이 잇따라 웨이보(중국의 트위터 격)에 ‘중국, 조금도 줄어들 수 없다’는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글과 대만 및 남중국해 섬들이 중국 영토로 포함된 지도를 올렸다.

대만 인사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시상식에 참석한 정리쥔(鄭麗君) 대만 문화부장은 페이스북에 “여기는 대만이다. ‘중국 대만’이 아니다”라며 중국 배우들을 비판했다. 중화권의 거장 리안(李安) 감독은 기자들과 만나 “대만은 자유국가이고 영화제는 개방돼 있다. 그들(감독과 배우)은 말하고 싶은 걸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푸위의 발언을 옹호한 것으로 해석됐다.

푸위는 이후 페이스북에 “내 발언은 한순간의 흥분이 아니었다”며 “내 발언에 책임을 질 것”이라고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대만’, ‘양안은 한 가족’이라는 말들도 존중하지만 동의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시상식장에서 벌어진 논란에 대만 총통까지 가세했다. 차이 총통은 “단 한 번도 ‘중국 대만’이라는 표현을 받아들인 적 없고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라며 “대만은 민주 개방 사회다. 토요일의 금마장은 대만이 중국과 달리 자유롭고 다원화돼 있음을 잘 보여줬다”고 밝혔다. 대만은 24일 지방선거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에 기존의 ‘차이니스 타이베이’ 대신 ‘대만(Taiwan)’이라는 명칭으로 참가할지 묻는 국민투표를 함께 진행할 예정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대만#중국#양안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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