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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없는 佛心으로, 묵묵히 제 몸 태우는 촛불처럼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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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없는 佛心으로, 묵묵히 제 몸 태우는 촛불처럼 삽시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8-11-19 03:00수정 2018-11-19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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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승 파견 50주년 맞은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혜자 스님
30일 제막식을 하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원광사 내 ‘108개 군법당 평화의 불 봉안 기념비’ 앞에 선 혜자 스님. “군승 파견 50주년을 맞아 더욱 젊은 불교, 군 장병에게 다가가는 친근한 불교로 변모하겠다”는 게 스님의 다짐이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30일은 군승(軍僧) 파견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대한불교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혜자 스님(66)은 별명이 많다. 법호(法號)는 선묵(禪默)이지만 ‘초코파이, 무지개, 파랑새 스님’으로도 불린다. 2006∼2012년 1차로 진행한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우리 농산물 살리기와 환경보호, 문화가 어우러진 장이었다. 한 해 30만 명까지 순례에 나섰다. 지방 사찰에서는 3일장이 열려 신도들이 구입한 농산물만 30억 원어치에 이른다. 인근 군부대 장병에게 보낸 초코파이는 440만 개를 웃돈다. 정전 60주년이었던 2013년에는 부처 탄생지인 네팔 룸비니 동산의 ‘평화의 불’을 가져오는 2만 km 대장정을 벌였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원광사에서 12일 스님을 만났다. 》
 
―별명으로 불려도 괜찮은가.

“살아온 흔적이 담긴 것이니 훈장 아닌가 싶다. 큰 행사를 치르면서 무지개를 70차례 봤다.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평화의 불 행사를 할 때 북측에 뜬 무지개를 봤다. 평화를 위한 좋은 기운이었다.”

―‘파랑새 스님’은….

“말로만 듣던 파랑새를 2016년 주지로 있는 수락산 도안사에서 봤다. 매년 오라고 기도했는데 해마다 찾아온다. 불가에서는 파랑새가 관세음보살을 인도한다고 해서 관음조(觀音鳥)라고 한다. 북의 묘향산 보현사에 서식지가 있다고 한다. 파랑새가 남북 평화의 전령이 되길 바란다.”

―첫 군승 파견을 결정한 이가 은사 청담 스님(1902∼1971)이다.

“은사가 총무원장이면서 도선사 주지였을 때 당시 베트남 파병 한국군 사령관이던 채명신 장군이 절에 들러 군승 파병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은사께서 첫 군승 파견을 결정했고, 내가 군종교구장으로 50주년을 맞았으니 불가의 인연법이 맞긴 맞다(웃음).”

청담 스님은 1971년 11월 13일 1군사령부의 강원 원주시 법웅사 낙성식에서 마지막 법문을 하고 이틀 후 입적했다.

―은사는 어떤 분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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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시봉을 제가 했는데 엄하고 빈틈이 없으면서도 자애로운 분이었다. 큰스님 출타 중 나이든 보살(신도)이 떡을 놓고 갔는데 법정 스님 일행이 들이닥쳐 모두 먹어버렸다. 내심 당황하고 있었는데 보살이 오셔서 ‘스님, 떡 잘 드셨느냐’고 묻자 은사께서 ‘잘 먹었네. 꿀떡이더구먼’ 하며 웃으시더라. 중생과 제자를 위하는 무언의 법문이었다.”

―50주년 행사는 어떻게 하나.

“군승 파견 첫 행사가 열린 조계사에서 50주년 행사를 한다. 당시 파송 군승 5명 중 생존해 있는 4명이 참석한다. 108개 군법당 평화의 불 봉안 기념비 제막식도 열고 전시(戰時) 가사 전시회도 한다.”

―108산사 순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산사 순례와 관련한 책 출간을 준비하다 중국으로 불지(佛指)사리를 친견하는 행사를 했다. 그때 신도들과 순례하자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 부처님의 아이디어였다. 당시 총무원장이던 지관 스님이 불교 1700년사에 없던 신행 문화라며 잘하라고 당부했는데 그렇게 됐다.”

―어떤 면에서 새로웠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우리 농촌에 대한 걱정이 많던 시기였다. 그래서 기도만 할 게 아니라 농산물도 사고 장병에게 초코파이도 건네자고 했다. 신자들이 농촌, 다문화, 환경, 국방 문제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군종교구장이 된 뒤 ‘평화의 불 평화순례단’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108개 군법당을 골라 평화의 불을 모시는 행사를 갖고 있다. 한반도 평화의 싹을 키우자는 노력이다. 평화의 불을 묘향산 보현사, 금강산 신계사, 평양 광법사, 황해도 정방산 성불사에도 봉안하고 싶다.”

―어려운 이들이 많다.

“문수보살 게송을 보면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된 공양구(供養具)이고,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미묘한 향, 티 없는 진실한 마음이 부처님 마음이라고 했다. 묵묵히 열심히 몸을 태우는 촛불처럼 살아가야 한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조계종#군종특별교구장#혜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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