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기의 연금 첫 보험료 대납, 국민부담 늘리고 형평 어긋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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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내년부터 국민연금 가입 자격이 생기는 만 18세 청년들의 첫 달 치 보험료(1인당 9만 원)를 대신 내주는 정책을 추진한다. 약 16만 명의 도내 모든 18세 청년을 대상으로 ‘생애 최초 청년국민연금’을 시행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협의를 요청하고 관련 예산 147억 원을 편성했다. 전남도도 지난달 21일 도내 청년 중에서 국민연금 가입 희망자 4500명을 선정해 첫 보험료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만 18세부터 가입할 수 있는 국민연금 첫 보험료를 지자체가 대납하고 청년들이 소득이 생긴 뒤 밀린 보험료를 추후 납부하면 가입 기간이 늘어나면서 연금 수령액도 커지게 된다. 결국 지자체장의 선심성 정책이 국민연금 재정에 막대한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지자체장으로선 큰돈 안들이고 생색낼 수 있을지 몰라도 그 부담은 전 국민이 나눠 지게 된다.

경기도는 이 정책을 갈수록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청년들의 안정적 노후를 준비하기 위한 취지라고 주장한다. 후보 시절 이를 청년복지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재임 기간 4년 동안 매년 16만 명씩 혜택을 볼 경우 모두 합치면 최대 50조 원까지 연금 재정이 추가 소요된다는 것이 김순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의 추산이다. 김 의원 추산도 검증할 필요가 있겠지만, 경기도에 따르면 85세까지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경기도 청년은 다른 지역에 비해 3100만 원, 100세까지 받으면 7800만 원을 더 받게 된다. 국민연금은 온 국민의 사회적 연대에 기반을 둔 사회보장제도인데 특정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혜택이 커진다면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청년취업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이 정책이 젊은 세대의 노후 보장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지도 의문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한 청년은 밀린 보험료를 내 첫 보험료 지원의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저소득 청년의 경우는 추후 납부하는 것도 어렵다. 지금도 27∼34세 청년 지역가입자 74.7%는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복지부가 이번 정책 시행에 동의하면 다른 지자체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8월 발표된 4차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당초보다 3년 앞당겨진 2057년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지자체들까지 포퓰리즘을 앞세워 국민연금에 손을 대면 연금 고갈 시기는 그만큼 더 앞당겨질 것이다. 지자체장이 청년 표심에 구애하는 정책으로 국민 노후 안전판인 연금을 악용하거나 교란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생애 최초 청년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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