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어선 실종 보름째…1·2인 조업 ‘무방비’ 대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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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16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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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어민 작업 편의 고려한 ‘구명부이’ 보급 확대 예정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70대 노인 2명이 실종된 서귀포 갈치잡이어선 사고를 계기로 안전사각지대에 놓인 소형어선에 대한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제주 서귀포 남쪽 해상에서 갈치잡이 어선 S호(3.36톤·승선원 2명)가 실종돼 해경이 일대 수색에 나섰으나 16일 현재까지 선원도 어선도 모두 발견되지 않고 있다.

S호에 타고 있던 2명은 김모씨(73)와 이모씨(70)로, 선장 김씨는 채낚기 시기를 맞아 지인인 이씨와 함께 조업에 나섰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문 제주도어선협회 회장은 “5톤 미만 어선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데 정식 선원을 구하려면 많은 선불금이 들기 때문에 나홀로 조업에 나서거나 연배가 비슷한 지인을 데리고 바다에 나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과거 20만~30만원 가량이던 선불금이 최근 수십배로 오른데다 젊은 선원들을 구하기도 힘들어 5톤 미만 소형어선의 경우 대부분 김씨의 경우처럼 지인과 함께 출항에 나서고 있다.

천남선 서귀포어선주협회장은 “대형어선들이 육지와 가까운 연안에서 조업을 해버리면 고기 씨가 마르면서 소형어선들은 목숨을 걸고 먼 바다까지 조업을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소형어선 어업인들이 처한 현주소를 토로했다.

16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에 있는 어선은 약 1986척으로, 이 중 614척(30.9%)이 나홀로 조업 또는 부부 조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1~2명만 조업을 나갔을 경우 돌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신고 등 대응하기가 어려워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 2월 26일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홀로 연안복합어선 T호(3.99톤)를 몰고 갈치잡이에 나선 강모씨(44)는 이튿날 왼쪽 다리가 닻줄에 걸린 채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1월에는 임모씨(70)·문모씨(70·여) 부부가 연안복합어선 B호(3.33t)를 몰고 서귀포시 대정읍 해상에 나갔다 어선이 전복되면서 남편 임씨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나홀로 조업 6대 사고 (좌초·침수·침몰·충돌·전복·화재) 건수’는 2015년 5건에서 2016년 6건, 2017년 7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2인 조업의 경우 별도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다.

해경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비해 V-PASS(어선위치발신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소형어선의 경우 단말기가 낡거나 고장나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양수산부는 수년째 어업인들을 대상으로 구명조끼 보급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보급률도 낮은데다 작업 시 불편을 초래해 여전히 맨몸으로 조업에 나서는 어민들이 더 많은 실정이다.

벨트형 자동팽창식 구명부이. (제주도 제공)
벨트형 자동팽창식 구명부이. (제주도 제공)
김 회장은 “현재 정부에서 보급하는 구명조끼는 돌출 부위가 많아 조업할 때 입으면 로프나 어망에 걸리기가 쉽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하다”며 “사실상 착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제주도가 고안해낸 것이 그물에 걸리지 않고 상시 착용이 가능한 ‘허리벨트형 자동팽창식 구명부이’ 보급이다.

도는 2017년 500만원을 투입해 시범사업으로 304개의 장비를 보급했으며, 올해는 1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상반기에만 534개 장비를 보급했다.

어민들을 상대로 시연회를 거쳐 멜빵끈 추가 등 의견을 수렴한 도는 제작업체를 선정해 장비를 보완, 추가로 구명장비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도 수산정책과 관계자는 “어업인들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나홀로 조업과 부부 조업 어업인들을 우선순위로 구명장비를 보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어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구명장비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호의 경우 지난 1일 새벽 1시쯤 서귀포 남쪽 24㎞ 해상에서 인근 조업 어선과 통화한 내역이 확인된 이후 입항시간인 오전 6시가 되도록 돌아오지 않자 곧바로 해경 수색이 이뤄졌다.

만약 S호의 승선원 2명이 구명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더라면 5시간여 뒤 무사히 구조될 수도 있진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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