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사, 印尼 추락기종 결함 은폐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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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새 시스템 오작동 가능성… 참사 일주일 지나서야 항공사에 통보”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 해상에 추락해 탑승자 189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던 인도네시아 항공사 라이언에어 JT610편 보잉737 맥스8 여객기에 치명적 결함이 있었는데도 이를 항공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이 감춰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사고 조사에 참여한 안전 전문가, 미연방항공청(FAA) 관계자, 항공기 조종사 등의 발언을 인용해 “사고 기종에 탑재된 신형 운항 제어 시스템의 결함이 인도네시아 항공기 추락 사고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보잉737 맥스8과 맥스9 기종에 적용된 이 자동 제어 시스템은 조종사가 잘못해서 기수(機首)를 지나치게 높이 들어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종종 이 시스템이 오작동해 기수를 갑자기 강하게 아래로 밀어내려 항공기를 위험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다. 수동 조종 때도 이 시스템 때문에 비행기가 갑자기 고꾸라지듯 하강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WSJ는 보도했다.

사고기는 기상이 양호한 가운데 자카르타를 이륙하고 13분 뒤 “항속기와 기수 상태 기록 시스템 등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한 뒤 추락했다. 보잉은 이 추락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새 운항 시스템의 결함에 대한 경고문을 각국 항공사에 전달했다. WSJ는 “조종사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며 “누구도 이번 사고 전에 보잉으로부터 신형 기종에 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마이크 미첼리스 전미조종사협회(APA) 안전협회장은 “새 운항 제어 시스템을 항공기에 설치해 놓고 그 사실을 조종사들에게 통보하지 않았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FAA 관계자도 “새 기종 운항 전에 수많은 관련 논의가 진행됐지만 이 제어 시스템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WSJ는 익명의 보잉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잉은 새 제어 시스템이 가진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조종사들에게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보잉 측은 이런 의혹에 대해 성명을 내고 “우리는 737맥스의 안전성을 확신한다.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보잉사 인도네시아 추락기종#결함 은폐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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