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진영]남학생 수능 성적, 여학생만큼 올리는 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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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이변이 없는 한 올해도 여학생이 더 잘 볼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말이다. 지난해 수능에서 여학생은 국어와 수학 성적 모두 남학생을 앞질렀다. 절대평가로 바뀐 영어도 여학생의 1등급 비율이 남학생보다 높았다. 이과 수학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을 앞지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수능 수학이 쉬워져서”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2015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도 여학생은 읽기 수학 과학 전 과목에서 남학생을 추월했다.

한국만이 아니다. 여성의 문맹률이 높은 나라를 제외하면 똘똘한 ‘알파걸’에게 치이는 ‘베타보이’를 걱정한 지가 10년이 넘는다. 원인은 여럿이다. 우선 절대 공부량이 다르다. 15세 학생이 매주 숙제하는 데 쓰는 시간이 여학생은 5시간 30분, 남학생은 4시간 30분이다. 반면 온라인 게임 시간은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17% 길다(영국 이코노미스트 2015년). 듣고 쓰기 위주의 학교 교육이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는 남학생에게 불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캐나다 심리학자인 조던 피터슨은 베스트셀러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경쟁을 좋아하고 반항적인 남자아이는 순종을 가르치려고 설립된 학교에 맞지 않는다. 여자아이와 경쟁해 이겨도 칭찬받지 못하고 지면 망신당하는 분위기 속에서 위축된다”고 했다.

미국 시사전문 애틀랜틱은 9월 남학생이 공부를 못하는 이유는 책을 덜 읽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독서엔 공부를 위한 것과 즐거움을 위한 것(reading for pleasure)이 있는데 순수한 즐거움을 위한 독서량에서 남학생이 뒤진다는 것이다.

한국도 남학생이 책을 덜 읽는다. 이과 수학마저 남학생이 뒤처졌던 지난해 고3들의 초중고교 시절 독서량을 추적해봤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남학생의 독서시간이 평일 56분, 주말엔 60분으로 여학생보다 매주 25분 덜 읽었다(2010년 국민독서실태조사 자료). 중3 땐 35.1분간 덜 읽었고(2013년), 고3 땐 여학생보다 1.5분 더 읽었다(2017년).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남학생은 ‘지식을 습득하려고’, 여학생은 ‘좋아서’라고 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좋아서 하는 독서는 힘이 세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6년 고교 2학년생 10만여 명을 조사한 결과 책을 많이 읽는 학생이 성적도 좋았다. 수학 성적도 그렇다. 영국 런던대 교육연구소는 2013년 영국의 16세 학생 6000명을 추적 조사했는데 10세 때부터 책과 신문을 즐겨 읽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어휘력은 14.4%, 수학 성적은 9.9% 높았다. 부모의 경제력이나 학력수준보다 성적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게 독서량이었다. 미국 텍사스주 고교생(2016년)과 오하이오주 고교생(2015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즐거움을 위한 독서가 수학 성적을 올려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호주 멜버른대 몰리 맥그리거 교수(교육학)는 “언어능력 자체가 수학 문제를 푸는 능력으로 치환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어능력이 떨어지면 수학도 못한다. 언어와 수학 모두 상징에서 의미를 끌어내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베타보이를 위해 남녀 간 신체 발달 차이를 감안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남자 교사를 늘리자는 제안이 나온다. 스포츠나 자동차에 관한 책을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고, 책 읽는 남자를 ‘쿨’하게 여기도록 롤 모델을 보여주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어떤 대책이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건 독서량에서 남녀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성적 차이도 바뀌지 않으리라는 사실이다. 언어뿐만이 아니다. 책을 안 읽으면 수학도 과학도 잘하기 힘들다.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ecolee@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여학생#알파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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