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이 다는 아니죠” 박지수가 달라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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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2경기 평균 7점 마음고생… OK저축전 데뷔 첫 트리플더블
“누군가 궂은일 해야 팀이 이겨”… 패스력 향상 어시스트 두 배 늘어

평소 불면증이 있는 KB스타즈 박지수(20·198cm·사진)는 시즌 초반 제대로 잠을 못 자는 날이 더 늘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다 국내로 돌아온 자신에 대한 높아진 기대만큼 플레이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욕심만큼 경기력이 좋지 않아 속상했어요.” 박지수는 개막 후 2경기에서 평균 7점을 넣는 데 그쳤다. 의욕만 앞서다 평정심을 잃은 영향도 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는 11일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모처럼 활짝 웃었다. 12득점, 16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프로 데뷔 3시즌 만에 처음 트리플더블을 작성하며 20점 차 대승을 이끌었다. 19세 11개월의 나이로 한국여자프로농구(WKBL) 역대 최연소 트리플더블러라는 값진 기록도 남겼다. 외국인선수를 포함해 종전 최연소 기록은 2015∼2016시즌 2015년 12월 20일 삼성생명 소속 키아 스톡스가 세웠던 22년 8개월이었다. 국내 선수로는 2000년 7월 17일 현대 소속 임순정이 세웠던 23세 1개월이었다. 국내 선수가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것은 2014년 신정자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박지수는 “고교 시절 득점, 리바운드, 블록슛에서 모두 두 자릿수를 올린 적이 있었는데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제대로 된 트리플더블은 처음이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박지수에게 새 이정표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꼭 득점만이 농구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득점이 많은 게 화려해 보이기는 해도 그 외에 안 보이는 부분에서 궂은일을 하는 선수가 없다면 팀이 이기기 어려울 겁니다. 그런 걸 배운 거 같아요.”

WNBA에 다녀온 뒤 박지수는 동료들에게 득점 기회를 열어주는 패스 능력도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2시즌 전 평균 2.77개였던 어시스트가 5.33개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안덕수 KB스타즈 감독은 “상대 도움 수비나 더블팀, 일대일 상황에 대한 적응력도 높아졌다. 안 풀릴 때 마인드 컨트롤도 잘되고 있다”고 칭찬했다.

KB스타즈는 스피드를 겸비한 외국인 선수 쏜튼과 가드 염윤아가 가세해 빠른 공수전환으로 팀 컬러가 바뀌었다. 지난 시즌 6개 구단 가운데 5위였던 팀 속공 순위가 이번 시즌 1위(경기당 평균 6.3개)에 올랐다. 업그레이드 된 박지수가 골밑에서 위력을 떨치면 시즌 개막 후 3연승을 달린 KB스타즈의 고공비행에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KB스타즈는 16일 통합 7연패를 노리는 우리은행과 맞붙는다. 1라운드 최대 빅카드로 꼽힌다.

12일 경기에서 KEB하나은행은 신한은행을 82-43으로 꺾고 개막 후 2연패 끝에 첫 승을 신고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박지수#여자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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