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던 중년-고령자 참변… 가족 연락안돼 빈소도 못차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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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7명중 6명이 50∼70代… 부상자들도 대부분 ‘나홀로 거주’
“옆방 살아도 얼굴만 겨우 알아”

9일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가장 외로운 사람들을 덮쳤다. 통상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유가족들은 뉴스를 접하는 즉시 시신이 안치돼 있다는 병원을 전전하며 가족을 애타게 찾곤 한다. 하지만 7명이 숨진 이번 화재에서는 이런 장면을 찾아볼 수 없었다. 화재 발생 13시간이 지난 오후 6시경 국립중앙의료원에 안치된 1명의 가족이 찾아온 게 처음이었고, 빈소도 이 병원에만 차려졌다. 오후 10시 30분 현재 고려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에 안치된 6명은 빈소조차 없는 상태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사망자는 모두 남성이고 6명은 50∼70대, 1명은 34세다. 사망자 중에는 학원강사로 알려진 일본인 1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약 5∼10m²(약 1.5∼3평) 크기의 방에서 월세 28만∼38만 원을 내며 살았다고 한다.

서울의 한 구청 복지 담당자는 “고시원이나 쪽방에 거주하는 중년·고령자는 사망해도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락이 닿아도 장례를 원하지 않는 가족도 있다”고 전했다. 고시원 원장 구모 씨(68)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많아) 불쌍해서 반찬도 주고 국도 끓여줬는데 어쩌면 좋으냐”며 오열했다.

부상자들도 대부분 홀로였다. 탈출하다 다쳐 치료를 받는 이들 옆에 가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3층에 거주하는 부상자 김모 씨(59)는 “옆방에 살아도 다들 서로 얼굴만 알지 이름도 몰랐다”고 했다. 20년간 서울에서 혼자 지내며 보증금을 아끼려고 고시원에 살았다는 부상자 정모 씨(62)는 “가족들이 부산에 있다. 손에 화상을 입었지만 당분간 치료받으면서 일해야 한다”고 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김자현 기자
#화재#고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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