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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건혁]자본시장 혁신과제, 공염불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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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건혁]자본시장 혁신과제, 공염불 되지 않으려면…

이건혁 경제부 기자 입력 2018-11-09 03:00수정 2018-11-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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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혁 경제부 기자
“2009년 자본시장법 전면 개편 이후 가장 큰 변화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자본시장 혁신과제’를 발표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쳤다. 최 위원장이 20분가량의 프레젠테이션을 막힘없이 이어가자 일부 취재진은 “준비를 많이 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금융위원회가 여당과 협의해 내놓은 12가지 혁신과제에는 창업 초기의 벤처·중소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방안이 포함됐다.

먼저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BDC)’ 도입이 눈에 띈다. BDC는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모나 상장을 먼저 한 뒤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회사다. 변호사나 회계사, 에인절 투자자, 금융투자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도 ‘전문 투자자’가 될 수 있도록 진입 장벽도 낮췄다. 증권사가 새로운 사업을 추가할 때 받아야 하는 심사 체계도 간소화했다.

금융권은 이번 혁신과제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 일단 금융회사들이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 돈을 대는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한 부분들은 대체로 반영됐다.

하지만 정부가 그려놓은 청사진대로 혁신과제가 현실화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앞세운 여당이나 시민단체의 반발로 세부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거나 입법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나 시장이 원하는 의도와 달리 엉뚱한 내용이 끼어들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내놓은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 가운데 제대로 작동한 사례가 별로 없다는 점도 이번 혁신과제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정부는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며 2013년 제3의 주식시장인 ‘코넥스시장’을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코넥스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신규 상장기업은 최근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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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올해 초에도 코스닥시장을 벤처기업 창업을 촉진하는 시장으로 만들겠다며 각종 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으로 나온 ‘코스닥 벤처펀드’는 6개월 만에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며 투자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을 받은 증권사 3곳은 여전히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반응에 억울해할지도 모르겠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도 준비를 많이 했으니 시장도 함께 준비하고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런 부탁만 갖고 혁신과제를 성공한 정책으로 만들 수는 없다. 이번 대책은 이전과 다르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주고,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들도 놀랄 만한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 대책 발표만 해놓고 자본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는 우를 다시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건혁 경제부 기자 gun@donga.com
#자본시장#혁신과제#모험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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