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시대’ 4년만에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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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을 인가하면서 국내 금융권의 ‘5대 금융지주 시대’가 4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됐다.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사였던 ‘우리금융지주’(가칭)가 내년 초에 공식 출범하면 비(非)은행 계열사 확대를 위해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의 인수합병(M&A)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배구조 안정화와 완전 민영화 등도 부활한 지주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우리금융지주의 신임 회장에 선임돼 회장과 행장을 겸임할 것이 유력하다.

○ 내년 1월, 5대 금융지주 재개막

금융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우리은행이 신청한 금융지주사 전환을 인가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내년 1월 6개 자회사 등을 지배하는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된다”며 “5대 시중은행이 모두 지주사 체제로 전환 완료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지주사 지배구조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사외이사들은 이날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해 회장 후보 자격과 선임 절차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사회에서 우리은행 최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추천한 비상임이사를 통해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1년 정도 한시적으로 겸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5명도 이 의견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겸직 체제가 확정되면 손 행장이 지주 회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한 사외이사는 “손 행장의 임기가 2년 정도 남았고 경영 성과도 나쁘지 않아 후보로 나선다면 문제 삼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은행은 다음 달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지주사 전환을 의결하고 지주 회장을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이로써 우리금융지주는 해체된 지 4년 만에 부활을 눈앞에 뒀다. 정부는 2001년 한빛·경남·광주·평화은행과 하나로종합금융을 묶고 공적자금 12조7663억 원을 투입해 우리금융지주를 세웠다. 2010년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민영화 계획이 발표된 뒤 ‘계열사 분리’ 매각이 추진됐고, 2014년 11월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에 흡수 합병됐다.

○ 지배구조, M&A, 완전 민영화 과제 떠안아

부활한 우리금융지주의 성패는 지배구조 안정화와 대형 M&A 성사 여부에 달려 있다. 겸직 체제는 출범 초기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향후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다시 분리할 때 잡음이 나올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 회장이 조직을 빠르게 장악하고 성과를 내야 후임 행장을 뽑을 때 뒷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9월 말 현재 우리은행과 계열사의 자산 376조3000억 원 중 97%가 은행에 쏠려 있다. 우리은행은 은행에만 의존하는 지금의 구조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보고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해 다양한 융복합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부동산신탁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고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인수 후보군도 물색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가 자회사를 새로 세워 키우기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M&A를 통해 몸집을 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예보가 가진 잔여 지분 18%를 털어내는 ‘완전 민영화’도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적정 수준에 도달하면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우리금융지주가 부활해도 당장 금융권의 판도를 흔들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지주사로 전환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계산법이 달라지는데, 이를 관리하려면 대규모 실탄을 동원해 M&A를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금융지주#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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