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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74% ‘동거 OK’… “결혼 실패보다 동거하다 헤어지는게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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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74% ‘동거 OK’… “결혼 실패보다 동거하다 헤어지는게 나아”

김준일 기자 , 홍석호 기자 , 고도예 기자입력 2018-11-07 03:00수정 2018-11-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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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각없는 젊은층]“꼭 결혼” 처음 50% 밑으로
#1. 서울의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일하는 이모 씨(30)는 결혼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집을 마련하려면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암울한 생각이 들 때마다 결혼 계획을 머리에서 지운다. 그는 “결혼은 사회적 지위와 안정된 직장을 가진 이른바 ‘상류층’의 전유물 같다”고 자조했다.

#2. 법무법인에 다니는 변호사 최모 씨(34·여)는 결혼을 포기한 건 아니다. 좋은 사람과 가정을 꾸려 사는 게 안정적인 삶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려운 건 경력단절이다. 지금의 직업을 얻기 위해 오랜 기간 공부하고 노력했는데 결혼과 출산, 육아로 동료들보다 뒤처질까 봐 결혼을 미루고 있다.

6일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 외환위기 이후 20년 동안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절반 이하로 추락한 것은 내 집 마련 같은 경제적 부담이나 경력단절을 우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결혼은 축복이었지만 일자리, 육아, 출산 등 우리 사회가 신혼부부를 지원하는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지 못하면서 결혼을 선택과 회피의 영역으로 밀어낸 셈이다.

○ ‘결혼? 싫은 게 아니라 못하는 것’

통계청이 1998년부터 2년 주기로 실시하는 사회조사에서 결혼이 필요하다고 보는 비율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1998년만 해도 이 비율이 73.5%에 이르렀지만 2008년 68.0%로 떨어진 뒤 2018년에는 48.1%로 곤두박질쳤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보다 결혼이 더 높은 장벽이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젊은 세대에게 결혼을 위한 전제조건이 된 직업과 주거안정성 측면에서 과거 경제위기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결혼식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예비 신랑신부에게 높은 스펙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결혼을 꺼리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 줄긴 했지만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소수에 그쳤다. 결혼을 반드시 또는 가급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1998년 1.3%, 2008년 2.9%, 2018년 3.0%로 큰 변화가 없다. 그 대신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응답률은 1998년 23.8%에서 2018년 46.6%로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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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기피의 대상이 아닌 선택으로 보는 셈이다. 이는 정부가 출산 장려 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면 사회적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완전 단념한 것은 아니어서 저출산 탈출에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젊은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결혼에 미온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적인 이유다. 직장인 윤모 씨(27·여)는 “3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돈을 모아 봤지만 고생해서 집을 사고 자녀 키우며 사는 것보다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자기 계발하는 삶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모 씨(31)는 “현재 수입으로 누리는 것들을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결혼을 선망하는 젊은이가 많다. 서울에서 디자인회사에 다니는 이모 씨(32)는 “당장은 일자리도 안정적이지 않고 결혼 비용도 없어 결혼을 계획하지는 못하지만 좋은 사람과 가정을 꾸리는 꿈을 버린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이렇게 3, 4년의 시간이 더 지나면 완전히 포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 20대 74% “혼전 동거할 수 있다”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동거와 출산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사회조사 결과 올해 기준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응답한 20대의 비율은 74.4%에 달한다. 이런 인식 변화에 맞춰 정부도 동거 부부가 법적인 부부에 비해 받고 있는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저출산 대책의 일환이다. 대학원생 이모 씨(28)는 “커플이 서로의 생활을 맞춰 가고 이해하는 차원에서 동거를 권장해야 한다”며 “동거하다가 서로 맞지 않아 헤어지는 것이 결혼 생활에 실패하는 것보다 낫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젊은 세대는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비혼 출산’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대의 경우 36.7%이고 30대의 경우 38.3%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의 2014년 평균 비혼출산율 40.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대학원생 이 씨는 “비혼 부모에게도 자녀 교육 및 양육과 관련한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홍석호·고도예 기자
#결혼 실패#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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