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 “제2의 개방”, ‘말 따로 행동 따로’ 안 고치면 신뢰 못 얻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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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상하이에서 열린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개막 연설에서 13억 거대 시장의 대외 개방을 선언했다. 시 주석은 대규모 수입 확대와 진입 제한 완화, 경영환경 선진화, 자유무역실험구 활성화, 다자·양자 협력 강화 등 개방 확대 5대 조치도 발표했다.

수입을 주제로 한 세계 최초의 국가급 행사라는 이번 수입박람회는 다음 달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 채택 40주년을 앞두고 대규모 수입 확대로 제2의 개혁·개방을 이끌겠다는 대외 메시지다. 나아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공세를 완화해 보려는 차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 주석은 미국에 일방적 양보는 하지 않겠다며 “각국은 선명한 기치로 보호무역과 일방주의에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에도 시 주석은 보호무역 반대를 외치며 자유무역을 이끄는 글로벌 리더를 자처했다. 하지만 과연 중국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중국은 대외적 약속과는 달리 제멋대로 보호주의 장벽을 높게 쌓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제조업을 선진 반열에 올린다는 ‘중국 제조 2015’ 전략은 국산화 비율 목표를 제시해 미국·유럽 기업의 시장 진입을 사실상 막고 있다. 시 주석이 이번에 지식재산권 침해를 엄격히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무단 복제와 가짜 상품이 만연한 중국 시장의 개혁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더욱이 중국은 막강한 무역 지배력을 정치 무기화하는 비상식적 행위를 일삼아 왔다. 그 대표적 사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다. 정부가 나서 불매운동을 부추기는 등 온갖 부당한 조치로 우리 기업들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비단 한국만이 아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땐 필리핀산 바나나 수입을 중단하기도 했다.

중국에 무역·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신뢰의 시스템이 없다면 어느 누가 안심하고 중국에 들어가려 하겠는가. 무엇보다 정치 문제도 경제 보복으로 푸는 행태가 남아 있는 한 그 어떤 개방 약속도 각국에서 수입량을 늘려 상대국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기도로밖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수입박람회#보호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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