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막말이 ‘문화차이’ 때문이라는 靑대변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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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목구멍 발언 사실규명 안돼… 맥락 자르면 칭찬이 비난 되기도
문재인 대통령 환대 훼손할 정도 아냐”
한국당 “남북관계 현실 보여줘”… 與 “北에 시정요구” 한발 물러서

‘냉면 목구멍’ 발언에 이어 ‘배 나온 사람’ 발언으로 불거진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막말에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이 일제히 ‘물타기’에 나섰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과도한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리선권의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을 향했던 북한의 환대를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리 위원장의 발언은 사실관계가 현재로서는 규명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이라는 게 앞뒤 맥락을 잘라버리면 그 의미가 전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칭찬이 비난이 되기도, 비난이 칭찬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리선권의 발언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말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 리선권은 지난달 5일 10·4선언 11주년 기념 공동 행사 후 만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에게 “배 나온 사람에게 예산을 맡기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 나온 사람’이라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놓고 청와대 대변인이 “맥락에 따라 비난이 칭찬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한 것은 해명을 넘어 견강부회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 대변인은 “설사 (리선권의 발언이) 우리 남쪽의 예법이나 문화와 조금 다르다 할지라도 문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 받았던 그 엄청난 환대에 비하면 환대를 훼손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리선권의 발언을 남북 문화 차이로 설명한 셈이다.

정부여당에서도 리선권 발언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리선권의 발언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무례한 발언이나 잘못된 발언이 있으면 거기에 대해선 시정 요구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나와 “(리선권의 발언은) 내용의 맥락과 배경이 전체적으로 파악돼야 한다. 그런 파악 없이 남북 관계 전반의 평가로 이어지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남북 관계도 중요하지만 당정청이 한꺼번에 나서 리선권 발언을 물타기 하면 북한 눈치만 보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남북 관계가 완전히 주종 또는 갑을 관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비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리선권#남북#김의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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