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광풍 폭우도 바다는 못 뒤집어”… ‘美에 굴복 안한다’ 의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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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수입박람회 개막연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상하이 국가회의전람센터에서 열린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연설에서 “중국은 향후 15년간 30조 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입할 것”이라며 “각국은 개방정책 기조를 견지하면서 보호무역과 
일방주의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AP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상하이 국가회의전람센터에서 열린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연설에서 “중국은 향후 15년간 30조 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입할 것”이라며 “각국은 개방정책 기조를 견지하면서 보호무역과 일방주의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AP 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규모 수입 확대를 약속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격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중국제조 2025’(2025년까지 중국 첨단기술 제조업을 세계 선두에 올리겠다는 계획)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갈등을 사활을 건 패권 경쟁으로 보는 시 주석이 무역협상에서 일방적 양보는 없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시 주석은 5일 오전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개방 확대 5대 조치를 알리면서 앞으로 15년간 중국의 상품과 서비스 수입액이 각각 30조 달러(약 3경3711조 원), 10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은 2003∼2017년 15년간 약 19조2517억 달러어치 상품을 수입했다. 과거 15년보다 앞으로 1.5배 더 수입하겠다는 것이다. 1일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더 많이 수출하기를 원한다”고 한 데 대한 답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외국 기업에 대한 지식재산권 침해를 법에 근거해 처벌하고, 징벌적 배상 제도를 도입해 위법의 대가를 분명히 높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미국은 최근 미국 기업 기술을 탈취한 중국에 대해 법적 대응을 강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 주석은 “자신의 결점을 감춘 채 타인을 비난하지 말라. 손전등처럼 자신은 안 비추고 다른 사람만 비추지 말라”며 미국을 겨냥했다.

특히 시 주석은 “중국 경제는 큰 바다와 같다. 광풍 폭우가 작은 연못은 뒤집지만 바다는 못 뒤집는다. 무수한 광풍 폭우에도 큰 바다는 여전히 거기에 있다. 5000여 년간 온갖 어려움을 겪고도 중국은 여전히 여기 있다. 미래에 중국은 영원히 여기에 있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세 부과 등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했지만 정책을 바꾸는 등의 저자세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 경제의 발전이 눈에 띄는 모순과 문제에 직면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 자리의) 여러분은 중국 경제 발전의 앞날에 완전히 낙관적인 태도를 가져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혁 개방 40년 동안 중국 인민은 자력갱생으로 강해지려 분발해 왔다. (외부 세계가 아니라) 자신의 근면함과 피땀에 기대 국가 민족 발전의 웅장한 서사시를 썼다”고도 말했다.

시 주석은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개방은 진보를 가져오고, 폐쇄는 반드시 낙후된다” “화를 남에게 전가하고 고립 폐쇄되면 국제무역은 기(氣)가 막히고 혈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은 걸을수록 좁아지는 죽은 골목이다” “꽃 하나 홀로 피었다고 봄이 아니다. 백화제방(百花齊放)일 때 정원이 봄으로 가득 찬다” 등 여러 표현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했다.

시 주석은 35분간의 연설에서 ‘개방’을 52번이나 언급하며 강조했다.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에 대한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입박람회는 중국의 독창이 아니라 각국의 합창”이라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하지만 시 주석이 연설을 한 행사장 귀빈석에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 정상은 보이지 않았다. 14개국의 정상급 참석자 중 체코 대통령과 러시아 총리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 대상국인 개발도상국들이었다.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했던 스위스도 경제정책청장이 참석했다.

상하이=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시진핑#트럼프#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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