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임신중 미세먼지 노출, 아이 천식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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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초등생 1807명 조사
노출 많은 태아, 기관지 질환 잦아… 천식 걸릴 가능성은 3.6배 높아
기관지 형성시기 임신 14~27주… 미세먼지 영향 가장 커 주의해야

임신부가 미세먼지를 많이 들이마시면 배 속에 있는 아이가 태어난 뒤 천식 같은 기관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미세먼지 노출 정도와 태아의 기관지 질환 사이의 연관성이 증명된 것은 처음이다.

4일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2005∼2006년 첫 설문과 기관지 과민성 및 알레르기 검사 등을 진행한 초등학생 3570명 가운데 1807명을 4년 뒤 추적해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첫 설문 당시 초등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7.5세였고, 미세먼지 농도는 거주지역별로 높음과 낮음으로 나눠 평가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임신부가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아이가 태어난 뒤 기관지 과민성을 보일 위험이 미세먼지 농도가 낮을 때에 비해 1.69배로 높아졌다. 기관지 과민성은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 담배 연기 등 여러 자극에 기관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질로 추후 천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임신부의 미세먼지 노출 정도는 아이의 천식 여부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된 임신부의 아이는 미세먼지에 적게 노출된 경우에 비해 천식에 걸릴 가능성이 3.62배로 높아졌다. 아이가 기관지 과민성을 가졌다면 천식 발병 가능성이 4.07배로 더 높아진다.

특히 전체 임신 기간 중 중기(14∼27주)에 미세먼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임신 중기는 태아의 기관지가 형성되는 시기다. 이 시기에 태아가 미세먼지에 노출돼 일종의 유해산소 부작용인 ‘산화스트레스’를 겪게 되면 폐 기능이 제대로 성숙하지 못하게 된다. 이미 태아의 기관지 생성이 마무리된 임신 후기(28∼40주)에는 미세먼지에 노출돼도 태아의 천식 발병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특히 더 나쁜 영향을 주는 시기는 성별에 따라 다소 달랐다. 미세먼지 노출이 많았던 임신부가 낳은 아이 중 남자는 태아∼2세, 여자는 4∼5세 때 미세먼지의 영향을 더 받았다. 연구팀은 “성별에 따라 호르몬 상태나 사춘기 성숙도, 신체가 성장하는 시기 등이 다른 만큼 미세먼지의 영향도 연령별로 다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은 유럽의 알레르기 전문 학술지인 ‘알러지(ALLERGY)’ 최근호에 실렸다. 홍수종 교수는 “미세먼지는 임신부뿐 아니라 태아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특히 임신 중기에 최대한 미세먼지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임신중 미세먼지 노출#아이 천식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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