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전 고통의 상징’ 7세 소녀, 굶주림 없는 세상으로 떠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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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사진보도로 주목… 결국 숨져

마이클 슬랙먼 뉴욕타임스 국제 에디터는 1일 트위터에 “사진에 나온 7세 소녀 아말 후사인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끈 예멘 내전으로 
인해 영양실조로 죽었다. 이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이라고 적었다. 후사인의 어머니는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마이클 슬랙먼 트위터
마이클 슬랙먼 뉴욕타임스 국제 에디터는 1일 트위터에 “사진에 나온 7세 소녀 아말 후사인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끈 예멘 내전으로 인해 영양실조로 죽었다. 이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이라고 적었다. 후사인의 어머니는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마이클 슬랙먼 트위터
병원 침대에 누워 고개를 오른쪽으로 떨군 소녀의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7세 소녀답지 않게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피골이 상접한 소녀의 상반신은 인체의 뼈를 그대로 드러냈다. 유일하게 젖살이 붙은 볼만이 소녀의 나이를 짐작하게 했다.

국제사회에 ‘예멘 내전 고통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아말 후사인이 지난달 26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 보도했다. 후사인의 어머니 마리암 알리는 전날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마음이 아프다. 아말은 늘 웃는 아이였다”면서 “이제 나의 다른 아이들이 걱정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NYT는 “아랍어로 ‘희망’이라는 뜻을 가진 아말의 이름처럼, 많은 독자는 소녀의 사진이 수많은 민간인을 살상한 예멘 내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길 희망했다”고 전했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가던 후사인은 NYT에 소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8일 NYT 취재진이 후사인을 만난 곳은 예멘 수도 사나에서 남서쪽으로 약 90마일(약 145km) 떨어진 하자주(州) 아슬람 내 이동식 유니세프 클리닉.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린 후사인은 어머니와 함께 침대에 누워 있었다. 간호사들은 후사인에게 2시간에 한 번씩 우유를 먹였다. 하지만 후사인은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토했고, 설사를 했다. 후사인의 어머니도 뎅기열에 걸렸다가 건강을 회복 중이었다.

후사인 가족의 고향은 예멘 북쪽 사다주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맞닿은 곳으로 후티 반군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2015년부터 이 지역에 사우디의 공습이 시작되자 후사인 가족은 집을 버리고 도망쳐야 했다.

지난달 23일 후사인은 퇴원해 집으로 돌아갔다. 병이 다 나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병원엔 새 환자들이 밀어닥쳤고, 이들을 위한 침대가 필요했다. 의사는 후사인의 어머니에게 “이곳에서 15마일(약 24km) 떨어져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으로 아이를 데려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후사인을 병원으로 데려갈 차비가 없었다. 후사인은 난민캠프에 있는, 지푸라기와 비닐로 만든 집에서 수차례 토를 하고 설사를 했다. 결국 병원에서 퇴원한 지 사흘 만인 지난달 26일 숨을 거뒀다.

후사인은 수많은 예멘 내전 민간인 피해자 중 한 명일 뿐이다.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와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예멘 내전은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비극’으로 꼽힌다. 지난달 무장분쟁·테러 자료를 분석하는 다국적 단체 ACLED는 2016년 초부터 지난달까지 예멘 내전으로 사망한 민간인이 약 5만6000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후사인처럼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은 18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유엔은 긴급구호물자에 의존하는 예멘인 수가 현재 약 800만 명에서 곧 예멘 인구의 절반 수준인 약 1400만 명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최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이 예멘 내전의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우디 왕실이 피살 사건의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 편을 들어왔던 미국과 영국이 휴전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3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양측은 적대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다음 날 제러미 헌트 영국 외교장관은 “휴전 촉구는 매우 환영할 만한 발표”라고 밝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예멘 내전 고통의 상징#nyt 사진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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