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에 군대 1만5000명 배치”… 트럼프, 反이민 자극해 이슈 장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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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간선거 D-4

“2020년에도 트럼프” 열광하는 지지자들 지난달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에스테로 중간선거 지원 유세 때 그의 지지자들이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내용이 담긴 팻말 등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류 언론을 겨냥해 “(유세장에 있는) 여러분을 갈라놓고 있다”고 말했고 ‘캐러밴’으로 알려진 중미 이민자들에 
대해선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에스테로=AP 뉴시스
“2020년에도 트럼프” 열광하는 지지자들 지난달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에스테로 중간선거 지원 유세 때 그의 지지자들이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내용이 담긴 팻말 등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류 언론을 겨냥해 “(유세장에 있는) 여러분을 갈라놓고 있다”고 말했고 ‘캐러밴’으로 알려진 중미 이민자들에 대해선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에스테로=AP 뉴시스
“출생시민권이 원정출산이라는 산업을 만들었다. 임신한 엄마들이 미국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침입하면 영원히 미국 시민이 돼 연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

중간선거(11월 6일) 지원차 지난달 31일 플로리다주 에스테로를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세의 상당 부분을 출생시민권 폐지와 캐러밴(미국으로 향하는 중미 국가 출신 이민자 행렬) 방어 노력을 홍보하는 데 할애했다. 불법 이민자를 모두 적으로 규정하며 “국경에 1만5000명의 군대를 보내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정책을 이슈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주춤하던 공화당의 상승세에 다시 탄력이 붙는 분위기다. 2016년 대선 때처럼 트럼프 대 반트럼프 구도가 형성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슈를 장악해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국경에 1만5000명 군대 파견”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국경 인근의 이민세관국(ICE) 방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캐러밴을 막기 위해 군대가 나가 있다”며 “(현재) 5000∼8000명이 있는데 1만∼1만5000명으로 인원을 늘려 국경수비대에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1만4000명이 주둔하는 아프가니스탄보다 많은 병력을 남부 국경에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에는 트위터에 “갱단 멤버가 속한 캐러밴을 막기 위해 더 많은 군 병력이 남쪽 국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CNN은 “엘살바도로에서 4차 캐러밴 2000여 명이 추가로 미국 국경으로 향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800마일(약 1300km) 밖이어서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까지 동원하며 캐러밴을 중간선거 표 결집에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출생시민권 폐지도 거듭 약속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언급했던 출생시민권 제도 폐지도 거듭 약속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미국에서 태어난 불법이민자의 자녀 수는 약 30만 명이다. 그는 트위터에 “우리나라에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게 하고, 우리 시민들에게 매우 불공평한 소위 ‘출생시민권’은 어떻게 해서든 끝나게 될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불법 이민자의 미국 내 출생 자녀 시민권 취득에 대해 규정한) 출생시민권은 수정헌법 14조 중 ‘미국의 행정관할권 내에 있는’이라는 문구 때문에 헌법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데 많은 법학자가 동의한다”고 주장했다. 14조 1절은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그리고 미국의 행정관할권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불법 이민자는 행정관할권 내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1898년 연방대법원이 이민자인 중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웡킴아크의 시민권을 인정한 판례가 있어 새 판례가 나오지 않는 한 행정명령으로 이 제도를 폐지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 중간선거 이슈 트럼프가 장악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문제에 총력 대응하면서 중간선거 표심도 흔들리고 있다. 주춤했던 공화당 상승세가 캐러밴 논란으로 재점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제이슨 라일리는 ‘민주, 트럼프 시대의 현실과 싸우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2016년 대선 때 힐러리와 민주당은 트럼프를 비난하는 데만 열을 올렸고, 트럼프는 자신이 무엇을 하겠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민주당은 그때의 패배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또다시 트럼프 비난에 초점을 맞추는 중간선거 전략은 판세에 해악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 때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새롭게 표방하면서 기존 질서를 허무는 데 집중했지만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트럼프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며 ‘트럼프냐 아니냐’의 구도로 선거가 치러진 게 패착이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 판세 가를 하원 경합지 34곳

중간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선거 결과를 좌우할 하원 경합지역이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상원은 100석 중 51석을 보유한 공화당이 3석 안팎을 늘릴 게 유력시되고 있지만 하원은 전체 435석 중 어느 정당이 과반인 218석 이상을 가져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원만 패해도 현직 대통령은 자신이 주도한 법안 처리가 어려워져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상·하원 중 한 곳만 져도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패배’로 본다.

1일 가장 중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선거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각 기관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하원은 민주당이 203석, 공화당은 198석에서 우세하다. 34석은 경합지로 분류된다. 경합지 중 단 0.1%포인트라도 앞서는 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은 19석, 공화당은 12석 우세하다. 3석은 양당 후보 지지율이 같을 정도로 초접전지다.

하지만 최근 한 달 새 경합지 중 민주당 후보가 우세하던 캘리포니아주 25구역 등 5곳에서 공화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경합지 34석 중 공화당이 현역 의원인 지역이 30석이나 된다는 점도 변수다. 재선 비율이 높은 미국 정치 특성을 감안하면 현재의 민주당 우위 구도가 계속된다고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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