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비행기엔진 등 첨단기술 도둑질”… 스파이혐의 10명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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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中의 기술탈취 포위공격

《 미국 법무부가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 현역 장교 2명을 포함한 중국인 산업스파이 10명을 항공우주 기술을 빼낸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폭탄을 주고받는 와중에 첨단기술을 둘러싼 물밑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1위 자리를 지키려는 미국과 이에 도전하는 중국이 충돌하면서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
 
미국이 “중국이 첨단기술을 탈취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강경 대응의 칼을 빼들었다. 군사 정보통신 등 분야의 첨단기술을 둘러싼 미중 전쟁이 한 달 새 빠른 속도로 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주재로 31일 공산당 정치국(핵심 지도부) 회의를 열고 “경제 하락 압력이 커지고 일부 기업 경영의 어려움도 비교적 많다. 장기적으로 누적된 위험도 드러났다”며 대책 강화를 강조했다.

31일(현지 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전날 해커 및 기업 내부자와 공모해 미국 영국 프랑스 항공 기업의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한 뒤 항공기 엔진 기술 등을 훔치려 한 혐의로 중국 국가안전부(한국의 국가정보원) 장쑤(江蘇)성 지부 소속 정보장교 2명 등 중국인 10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이들은 2010∼2015년 상업용 항공기에 사용되는 터보팬 엔진 관련 기술을 빼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법무부는 공소장에서 “중국 국가안전부가 기술을 탈취하려 한 기간은 중국 국영 항공기업들이 (미국 등의 엔진에 맞먹는) 항공기 엔진을 개발하던 시기였다”며 “중국이 연구와 개발 비용을 들이지 않고 (미국 등과) 같거나 비슷한 엔진을 만들어 내는 데 (이 기술이) 이용됐을 수 있다”고 적시했다. 정보장교 2명은 지난달 11일 미 항공우주산업의 기밀을 훔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 쉬옌쥔의 부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쉬옌쥔 사건 때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음에도 미국이 추가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을 기소함으로써 ‘중국의 첨단기술 탈취’ 사실을 세계에 공론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 해군대 소속 크리스 뎀차크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소속 유발 샤비트는 지난달 21일 ‘밀리터리 사이버 어페어스’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 “중국의 국영 모바일통신사 3위 기업인 중궈뎬신(中國電信)이 2015년부터 미국 등에 세운 거점시설(PoP)을 통해 미국 등 주요 국가의 핵심 인터넷 정보를 탈취하고 도청해왔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홈페이지로 가는 인터넷 정보도 중국을 거쳐 우회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탈취당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2016년 6개월간 캐나다에서 한국 정부 웹사이트로 전송된 인터넷 정보의 경로는 정상적인 캐나다∼미국∼한국 경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지난달 30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10년간 과학자 2500여 명을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의 대학과 기관에 파견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일부가 중국군 소속임을 밝히지 않은 채 이 국가들에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술, 양자물리학, 암호 해독 등 전략적 군사기술 지식을 습득해 중국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중국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31일 “정치화와 이념화 수준이 놀라운, 이상하고 모순된 보고서”라고 반박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이런 대응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2025년까지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중국 제조 2025’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중문판은 31일 “미국의 세계 시장 경쟁력에 진짜 위협이 되는 것은 아직 주목받지 못한 ‘중국 표준 2035’”라고 지적했다. ‘중국 표준 2035’는 대규모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중국형 기술 표준을 제정한 뒤 이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를 통해 확산시켜 2035년까지 중국 기술 표준을 세계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첨단기술 도둑질#스파이혐의 10명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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