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노출 논란에도… 정부, 産安法 개정안 의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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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정 등 쓰이는 화학물질… 고용부 장관 승인 있어야 비공개
업계 “中 등에 기술정보 알리는 셈”, 산재 사망 사업주 처벌도 강화

기업이 반도체 공정 등에 쓰이는 위험물질을 영업비밀로 공개하지 않으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가 기업의 영업비밀 공개 여부까지 좌지우지하겠다는 조치여서 경영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반도체 공정 등에 사용하는 위험한 화학물질을 만들거나 수입하는 업주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라는 문서로 만들어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위험물질 정보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함께 기업이 MSDS에 기재된 위험물질을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공개하지 않으려면 고용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고용부 장관이 승인하지 않는다면 영업비밀이라도 이를 모두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개정안은 고용부 장관이 비공개 승인을 했더라도 해당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유추할 수 있도록 ‘유사 명칭’과 ‘함유량의 범위’를 공개하도록 했다. 현재는 기업이 영업비밀이라고 판단하는 물질은 MSDS에 적지 않아도 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위험물질에 대한 근로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또 사업주가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징역형 상한을 7년에서 10년으로, 벌금형 상한을 1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대폭 강화했다. 하청 근로자가 사망하면 원청 사업주도 최대 10년까지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에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재계 관계자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정보를 고용부가 무슨 기준으로 판단할지 의문”이라며 “중국 등 경쟁업체들이 아주 작은 정보라도 얻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기술 정보를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안은 산재 발생의 책임을 사업주에게만 전가하고, 과도하게 처벌하는 규정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며 “사업주만 엄벌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성열 ryu@donga.com·신동진 기자
#영업비밀 노출 논란#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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