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때 낸 작은 아이디어가 1억짜리 기술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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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대학원 전동호 연구원
발전 폐기물 재활용 기술, 기업 이전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으로 스물두 살 대학생 시절 내놓은 작은 아이디어가 4년 뒤 1억 원 상당의 기술이전료를 받는 알짜 기술로 결실을 맺었다. 그냥 땅에 묻어야 하는 화력발전 폐기물을 재활용한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는 평가를 받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전동호 연구원(사진)과 오재은 지도교수는 자체 개발한 ‘플라이애시 기반 무시멘트 결합재 제조기술’ 2건을 지난달 건설자재 기업 ‘하우이씨엠’에 기술 이전했다. 선급기술이전료는 1억 원이고, 이 기술을 통해 발생하는 총 매출의 1.5%를 경상기술료로 받는 조건이다.

이 기술은 전 연구원이 4년 전 대학생 때 떠올린 아이디어가 발단이 됐다. 평소 건설재료에 관심이 많던 전 연구원은 학부 3학년이던 2014년 초 오 교수 연구실에서 인턴을 하며 석탄화력발전의 부산물인 플라이애시에 대해 알게 됐다. 전 연구원은 “전 세계에서 매년 7억5000만 t씩 발생되는 부산물인데, 절반 이상이 그냥 매립되고 있다”며 “이를 재활용해 폐기물과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기술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플라이애시에 화학 처리를 해 강도 높은 골재나 벽돌 등을 만드는 연구가 활발한데, 국내산 플라이애시는 강도가 약해 재활용이 어려운 점을 파고들었다. 관련 논문을 찾다가 조개껍데기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만들어지는 화학반응을 이용하면 플라이애시도 단단해질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오 교수는 내심 반신반의하면서도 전 연구원에게 재료를 사주고 실험 기회를 줬다.

놀랍게도 전 연구원의 아이디어로 만든 건설자재는 기존보다 5배가량 강도가 세졌다. 굳히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기존의 30분의 1에 불과하고 무게도 가벼워졌다. 오 교수는 “나중에 더 연구해 보니 단단해진 이유는 전 연구원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달랐다”면서 “진짜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좋은 논문과 특허도 나왔다”며 웃었다. 많은 발명이 그렇듯, 행운과 집요함과 협력이 어우러져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킨 것이다. 두 사람은 2015년 건설 분야 국제학술지 ‘시멘트 및 콘크리트 연구’에 첫 논문을 낸 뒤 후속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하우이씨엠#unist#전동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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