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1명당 입원일수 따라 요양급여… 가짜환자 만들어 수익챙기기 부추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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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 투성이 요양병원제도
병원수 9년새 2배 급격히 늘어… 경쟁 치열해져 브로커까지 가세
허술한 관리감독도 불법 조장

요양병원은 국내 ‘실버산업’ 열풍을 타고 2000년대 후반 우후죽순 생겨났다. 과당경쟁에 내몰린 요양병원들은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며 ‘환자 장사’에 열을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 수는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2008년 690곳에서 지난해 1531곳으로 약 10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대형 시설을 갖춘 기업형 요양병원이 많아지면서 병상 수는 2008년 7만6608개에서 지난해 29만467개로 4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이런 증가세는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과도한 수준이다. 65세 이상 노인 1000명당 장기요양병원 병상 수는 61.2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다. OECD 평균(49.1개)을 훌쩍 뛰어넘는다. 실버산업 선진국인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보다 요양병원이 많다는 것으로, 국내 요양병원이 공급 과잉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요양병원이 급증한 것은 일반병원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종합병원은 입원 환자 20명당 의사 1명 이상이 필요하지만 요양병원은 의사 2명으로 80명까지 돌볼 수 있다. 병실당 병상 수도 새로 짓는 병의원의 경우 최대 4개까지 가능하지만 요양병원은 6개까지 놓을 수 있다.

일반병원과 달리 환자 1명당 정액수가를 주는 보험체계도 요양병원 비리를 부추기는 제도적 허점으로 꼽힌다. 환자만 유치하면 돈을 벌 수 있기에 요양병원들은 ‘가짜 환자’들을 양산한다. 거처와 돌봄 서비스를 원하는 고령자들도 손해 볼 게 없다. 본인부담상한제로 인해 환자의 소득에 따라 병원비가 일정 수준 이상 나오면 그 차액을 건보공단이 부담한다. 이렇게 요양병원을 이용한 환자들 때문에 건보공단이 최근 5년간 부담한 비용은 2조4025억 원에 이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국공립 요양병원은 2017년 말 기준 92곳으로 전체 요양병원의 6% 수준이다. 문제는 이미 국내 요양병원이 과잉 상태인 만큼 국공립 요양병원을 무턱대고 늘리기도 힘들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병원 설립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와 수가체계 개선을 통해 부실 요양병원을 걸러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요양병원의 본래 취지인 치료와 재활 서비스를 잘하는 곳은 수가를 더 책정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오히려 지원 금액을 낮춰 다른 형태로 기능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tnf@donga.com·김하경 기자
#요양병원#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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