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권 강화땐 파업 남용… 대체인력 투입도 허용해야 균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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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ILO 핵심협약’ 4건 비준 반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등 재계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공식 반대하고 나선 것은 노조권 강화로 국내 산업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재계에서는 “지금도 힘의 균형이 노조에 치우쳐 있는 상황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단결권이 더욱 강화되면 우리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고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7월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를 만들어 이르면 이달 말 합의안을 도출하려고 하고 있다.

○ 국가별 상황 따라 ILO 핵심협약 비준

민노총 등 노동계는 한국이 선진국에 올라선 만큼 ILO 핵심협약을 비준해 국제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LO 핵심협약은 총 8개로 이 가운데 한국은 아동노동 금지와 관련한 협약(138호, 182호)과 균등대우와 관련한 협약(100호, 111호)을 비준했다. 우리가 비준하지 않은 87호와 98호는 ‘노동자는 어떠한 차별 없이 단체를 설립 가입할 수 있고 노조 가입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강제노동 금지와 관련한 29호, 105호도 비준하지 않았다.

ILO 회원국 187개국 중 8개 핵심협약 모두를 받아들인 나라는 143개국이다. 하지만 이들 상당수는 명목적으로만 받아들인 제3세계 국가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는 미국(2개 비준), 일본(6개 비준), 뉴질랜드(6개 비준), 호주(7개 비준), 멕시코(7개 비준), 한국(4개 비준) 등 6개국이 일부 비준했다. 재계 측은 “ILO 핵심협약은 권고안일 뿐 각국은 특수한 상황에 맞게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며 “우리도 국내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특히 ILO 핵심협약 87호, 98호와 관련한 쟁점에 반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관행적으로 매년 파업이 이뤄질 정도로 남용되는 단체교섭권 등에 대한 조정 없이 노조의 단결권이 확대 강화되면 기업 부담만 가중된다는 것이다.

재계는 해고자 및 실업자의 노조 설립 및 가입에 반대하고, 특수고용직 노조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노조 할 권리’라는 이유로 해직자 등이 노조에 가입하려는 이유가 뭐겠는가. 노동운동을 하고 싶으면 노동단체에 들어가지 왜 기업 노조에 들어와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경제단체들은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도 금지하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을 냈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권이 더 강화되면 현재의 대립적이고 갈등적인 노사관계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재계 “사용자의 방어권도 인정해야”

재계는 노조의 단결권 등이 광범위하게 인정된다면 사용자의 방어권도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단체협약 유효 기간을 3∼4년으로 연장 △부당노동행위 제도 폐지 또는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법 전문가인 황성욱 변호사는 “산업계에서 노사 간 균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체근로 허용’ 등 사용자도 공정하게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노조 측은 해외 노동권과 비교해 권리를 자꾸 주장하는데, 반대로 회사가 어려우면 파업하지 않으면서 자율적으로 무급 휴직도 하고, 파업을 할 경우에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해외 노조 사례는 왜 반대하나”라고 꼬집었다.

ILO 핵심협약이 비준되면 공무원 등 공공부문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 현행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은 공무원과 교사의 파업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해직 공무원 및 교사의 노조 가입도 금지하고 있다.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가입시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현재 ‘법외노조’ 상태이지만 관련 법 등이 개정되면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합법화된다. 6급 이하 공무원만 노조 설립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고위 공무원도 공무원노조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다. 또 프랑스처럼 판사도 노조를 만들어 정치적 쟁점 등에 대해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공무원연금제도 등 연금 개혁은 노조의 반발에 좌초될 가능성이 커진다.

배석준 eulius@donga.com·변종국 기자
#노조권 강화#파업 남용#대체인력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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