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中日 새역사 시작”… 제3국 진출 공조-군사핫라인 개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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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정상 ‘경제-안보협력’ 합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 직전 “중일관계가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간 뒤 새로운 발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이다. 베이징=AP 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 직전 “중일관계가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간 뒤 새로운 발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이다. 베이징=AP 뉴시스
중국과 일본 정상이 26일 “경쟁에서 협력으로 관계를 전환하자”며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뚜렷한 협력 관계가 없었던 북한 문제에서도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역 문제와 안보 분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양국 협력의 범위를 경제뿐 아니라 동북아 안보 문제로까지 확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중국,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 지지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국제사회와 손을 잡고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북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하겠다는 결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대화를 통한 일본과 북한의 관계 개선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미해결된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아베 총리가 강조한 납북 일본인 문제 해결에 지지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중국은 납북 일본인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시 주석-아베 총리 회담 내용에 북한 문제가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다.

또 양국은 동중국해 해난사고 발생에 대처할 뿐 아니라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핫라인을 조기 개설하는 데 합의했다. 중일 관계는 2012년 9월 일본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국유화하면서 급속히 냉각됐다. 여전히 중국 함선들이 센카쿠 주변 해역을 오가면서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긴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양국이 군사 안보 분야 협력을 시작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웃 국가이고 협력 파트너다. 서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명확한 원칙을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도 “우리는 서로 위협하지 않고 직접 공격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 아베, 시진핑에게 일대일로 참여 직접 밝혀

아베 총리는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경제영토 확장)는 잠재력 있는 구상이다. 일본은 제3국 시장 개척을 포함해 중국과 폭넓은 영역에서 협력 강화를 원한다”고 말해 일본의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했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 건설은 중일 간 상호 이익 협력 심화에 새로운 플랫폼과 실험장을 제공한다”며 “새로운 시대 중국의 발전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일본의 동맹인 미국이 일대일로를 중국이 세력을 확장해 미국을 위협하는 요소로 보고 견제하는 상황에서 중일 정상이 일본의 일대일로 참여를 직접 공식화한 것이다.

이날 오후 베이징(北京)에서 양국 정부 관계자 및 기업인 1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의 일대일로 참여를 위한 ‘중일 제3국 시장 협력 포럼’이 열렸다. 양국은 태국에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도입하는 ‘스마트시티’ 건설, ‘일본 국제협력은행과 중국 국가개발은행의 제3국 개발 상호 융자 실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중일 양국 금융기관들이 참여해 제3국 진출 기업을 지원하는 18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공동 펀드도 조성하기로 했다. 중일 간 밀착을 증명하듯 중일은 제3국 인프라 개발 협력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양국이 체결한 경제 협력 프로젝트는 52건에 달했다.

○ 중일, 미국 겨냥 자유무역 수호 한목소리

아베 총리는 시 주석에게 “양국은 이웃으로서 세계와 지역의 평화, 자유무역을 위해 공헌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양국이 지역 경제 일체화를 추동하고 전 지구적 도전에 대응해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자유무역을 견지하며 개방형 세계 경제 건설을 추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시 주석은 아베 총리에게 “중일은 2000년간 왕래했고 그 가운데는 비참한 역사도 있다. 중국 인민은 (일본으로부터) 엄청난 민족적 재난을 당했다”며 “이번 기회를 중일 양국에 새로운 역사의 시발점으로 삼자”고 말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김범석 특파원
#중일#아베#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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