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아바타로 SNS 접근… 中의 스파이 포섭 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中정보기관, 프랑스인 4000명 접촉

프랑스 경제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줄리(가명·37)는 어느 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트인(LinkedIn)을 통해 메시지를 받았다. 발신인은 헤드헌팅 회사 ‘글로벌 뷰 전략 컨설팅’의 임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젊은 아시아 남자였다. 줄리는 자신에 대한 높은 평가와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받고 미팅을 위해 중국으로 갔다. 2시간의 인터뷰를 마친 후 나흘 동안 동남아시아 해변에서 스쿠버다이빙이 포함된 호화 여행을 즐겼다. 모든 비용은 그 회사가 댔다. 중국 정보기관에 포섭된 시작점이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23일(현지 시간) 프랑스 대외안보국(DGSE)과 대내안보국(DGSI)을 인용해 중국 정보기관이 정보를 빼내기 위해 프랑스인 4000명에게 포섭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포섭 대상이 된 4000명은 주로 외교·안보·경제 분야의 젊은 엘리트들로 공무원(52%), 민간 기업인(48%)을 가리지 않았다.

스파이 포섭을 기획하는 총책은 중국 국가안보부(MSS)로 전 세계에 스파이를 파견해 포섭 작전을 벌인다. MSS는 프랑스인을 포섭하기 위해 주로 링크트인을 활용했다. 링크트인은 구인구직 서비스와 결합한 글로벌 비즈니스 SNS다. 200개 이상의 국가에 5억75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했다.

MSS는 주로 헤드헌팅이나 인력개발(HR) 회사 임원으로 가짜 프로필을 만든 뒤 포섭 대상자에게 접근했다. 프랑스 정보기관은 MSS가 15개 유령 회사 소속 500명의 가짜 아바타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높은 학벌과 화려한 경력, 광범위한 인맥으로 신뢰를 얻는다.

예를 들어 제프리 왕이란 이름을 쓴 아바타는 자신이 중국 우한대를 졸업했으며 베이징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글로벌 뷰 전략 컨설팅 회사의 시니어 매니저라고 소개했다. 프로필 사진은 갸름하고 잘생긴 얼굴에 양복을 빼입은 이상적인 고위 임원의 모습이었다. 그는 왕첸 중국-유럽개발연구센터(CSEDS) 사무총장과 같은 500명이 넘는 유력 인사들과 네트워킹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모두 가짜였다.

이들은 포섭 대상자를 정한 뒤 상대방에 대한 칭찬과 자기 과시를 통해 신뢰부터 쌓았다. 이후 암호화된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나 스카이프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업데이트된 이력서를 요구하기도 했는데 이는 전화번호나 이메일과 같은 사적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포섭 대상으로 정해지면 세미나나 강연 명목의 초청 혹은 구직 인터뷰 형식으로 중국으로 초대해 호화 여행을 시켜주며 신뢰를 쌓았다. 물론 비용은 초청자가 전액 부담했다. 그렇게 정보원으로 포섭된 프랑스인들은 중국 연락책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비밀정보가 포함된 분석 노트를 요구받았다. 프랑스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부분 포섭에 실패했으나 수백 명은 협상 과정에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르피가로에 따르면 MSS 소속 요원은 20만 명이다. 프랑스 정보기관 두 곳(DGSE 6000명, DGSI 4000명)의 20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 때문에 프랑스 정보기관은 “이번에 파악한 스파이 포섭 패턴 역시 프랑스에서 중국이 운영하는 스파이 활동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가짜 아바타로 sns 접근#중국 스파이 포섭 작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