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5개월 아들과 벌써 세 번째 달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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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참가’ 최재웅-윤수정 부부
발달장애인-가족 27명도 경주 누벼

생후 5개월 된 아들 이선 군을 유모차에 태우고 5km를 완주한 최재웅 윤수정 씨 부부. 경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생후 5개월 된 아들 이선 군을 유모차에 태우고 5km를 완주한 최재웅 윤수정 씨 부부. 경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5월에 출산한 뒤 이번이 아들과 함께하는 세 번째 달리기 대회(5km)예요.”

결혼 2년 차 신혼부부 남편 최재웅 씨(37)와 아내 윤수정 씨(30)는 21일 경주국제마라톤대회 5km 부문(마스터스)에 생후 5개월 된 아들(이선 군)을 유모차에 태우고 나와 완주에 성공했다. 이 부부는 연애를 시작한 2013년부터 지난해 임신 전까지 매년 4번 이상 국내 마라톤대회(마스터스 하프, 10km 등)에 참가할 정도로 달리기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달리기의 매력. 아들이 자라면 건강한 취미 생활로 달리기에 입문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날도 유모차를 끌고 나왔다.

윤 씨는 “서울에 사는데 전날 경주로 와 주변 일대를 둘러봤다. 세 식구가 함께 뛰는 날을 꿈꾸며 임신 기간을 보냈다. 몸이 근질근질했다”며 웃었다. 최 씨는 “이달 초 손기정평화마라톤(3일)과 핑크런(14일)에 이어 세 번째로 유모차 달리기를 한 것”이라며 “아기가 어려 지금은 5km인데 점차 거리를 늘려가다가 훗날 손을 잡고 세 식구가 함께 뛰는 장면을 상상한다”고 말했다.

김동은 씨(52)는 발달장애 2급인 딸 미진 씨(21)의 손을 잡고 10km를 뛰었다. 용기와 자립심을 길러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수시로 “할 수 있어”를 외치며 딸을 응원한 김 씨는 골인 지점을 통과한 뒤 “잘했어. 기특하다”라며 딸을 보고 활짝 웃었다. 김 씨는 “몇 년 전부터 매주 한 번씩 5km 달리기를 해왔는데 10km를 뛴 건 오늘이 처음”이라며 “달리기를 하면서 딸이 ‘오늘은 달리기 안 해?’라고 묻는 등 의사 표현이 늘고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김 씨 부녀를 비롯해 이날 대회에는 경주지역 발달장애인과 이들의 가족이 모인 마라톤 동호회 ‘달려라, 달팽이’ 회원 27명이 경주 시내를 달렸다.
 
경주=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경주국제마라톤대회#마스터스#유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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