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감자 주는 유치원, 아이 못보내” 엄마들 거리로 나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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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서울-경기 비리규탄 집회

21일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서 동탄 지역 사립유치원 학부모들과 자녀 등 800여 명이 ‘사립유치원 개혁과 믿을 수 있는 
유아교육을 위한 집회’를 열고 국공립유치원 확충, 사립유치원에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화성=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1일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서 동탄 지역 사립유치원 학부모들과 자녀 등 800여 명이 ‘사립유치원 개혁과 믿을 수 있는 유아교육을 위한 집회’를 열고 국공립유치원 확충, 사립유치원에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화성=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정부가 25일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서울시교육청은 온라인 유치원 입학관리 시스템인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는 사립유치원에는 재정 지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주말 내내 유치원 비리를 규탄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비리 유치원의 설 곳이 점점 좁아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과 교육부, 청와대는 21일 비공개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국가교육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적용 여부를 포함한 관련법 개정 등 종합대책을 25일 발표할 예정이다.

2시간 넘게 진행된 협의가 끝난 뒤 교육위 여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고 공립유치원을 확대하는 한편 (비리를 막을)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대책을 어떻게 구체화할지 논의했다”고 말했다. 에듀파인 적용에 사립유치원이 반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 세금이 사용되는 만큼 유치원 입장에서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회의에서 “현재 유치원에 주는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 횡령죄 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사립유치원 비리 방지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해 조속히 입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빠른 시일 내 검토해 당론으로 정하고 입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의 ‘유치원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다음 달로 다가온 유치원 원아모집과 관련해 “다음 달 1일 개통하는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는 사립유치원에는 월 52만 원의 원장인건비 지원금과 학급당 월 15만 원인 학급운영비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학교로를 통해 원아모집을 하지 않는 사립유치원은 앞으로 매달 112만 원(4개 학급 규모 기준)의 정부 지원금을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처음학교로 시스템은 이른바 ‘유치원 추첨 대란’을 막고 원아 선발의 불공정성을 없애기 위해 2016년 처음 도입됐다. 학부모가 유치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유치원 입학 신청 및 추첨을 할 수 있다. 학부모 만족도가 96%에 달하지만 사립유치원 참여율은 서울의 경우 2016년과 지난해 각각 2.5%(17곳), 4.8%(32곳)에 불과하다. 올해는 6.1%(39곳)만 등록했다. 사실상 국공립유치원만 사용해 온 셈이다. 사립유치원들은 학부모 부담금이 있는 사립유치원은 무상 교육인 국공립유치원과 경쟁이 어렵고, 중대형 유치원에만 몰리게 돼 소규모 유치원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7월 새 조례가 제정되면서 이제 처음학교로에 불참하는 유치원에는 교육청의 행정·재정 조치가 가능해졌다”며 “불참 유치원에 주지 않은 예산을 참여 유치원에 배분하고, 불참 유치원은 내년도 감사 대상에도 우선적으로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과 경기 곳곳에서는 주말 동안 유치원 비리를 규탄하는 학부모들의 집회가 이어졌다. 20일 ‘정치하는 엄마들’ 주최로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 이어 21일에는 경기 화성시 동탄 지역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집회가 열렸다. 동탄은 원장이 교비로 명품 가방과 성인용품까지 사 논란이 된 ‘환희유치원’이 자리한 곳이다.

집회에는 800여 명의 학부모와 자녀들이 참가했다. 주최 측은 “우리 아이들이 썩은 감자를 먹었다”며 “더 이상 비리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낼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학부모들은 ‘앞에서는 교육기관, 뒤에서는 자영업자’, ‘우리 아이들이 존중받는 유치원 만들어주세요’ 등이 쓰인 노란 피켓을 함께 들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학부모 이모 씨(38·여)는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잘 먹고 잘 놀고 와야 하는데 아이들이 사업 수단으로 전락한 게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국공립유치원 확충, 사립유치원에도 ‘처음학교로’ 시스템을 일반화할 것을 촉구했다. 사립유치원에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도입할 것도 요구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장원재 / 화성=김자현 기자
#주말 서울-경기 비리규탄 집회#비리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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