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완전 비핵화는 어려워… 동결-감축에 초점 맞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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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동결파’ 제임스 액턴 카네기재단 국장 인터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19일 평양 정상회담을 마친 뒤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을 펼쳐 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19일 평양 정상회담을 마친 뒤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을 펼쳐 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룬다는 목표를 설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 중 어느 것을 앞세울지 고민이 많다. 하지만 미국 내 일부 핵정책 및 군축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정작 다른 데 있다고 강조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라는 정치적 유산을 남기고 싶다면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거란 환상을 접는 ‘기대치 낮추기’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칭 ‘핵억제팀(team deterrence)’인 이들은 북한 핵무기를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로 여기고 이를 동결 혹은 감축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 파키스탄이 되고 싶어 하는 북한의 속내를 읽지 못하면 한반도에 더 큰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핵억제팀의 대표적 인사인 제임스 액턴 카네기평화재단 핵정책국장(사진)은 1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근의 대화 기조를 통해 전쟁의 위협이 가신 것은 다행이지만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거란 검증되지 않는 전제에 의존하는 현재의 대화 국면은 아슬아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핵무기를 주권을 지키기 위한 궁극적인 보장 조치로 보고 있다. 북한은 파키스탄이 되고 싶어 한다”며 “북한 비핵화란 ‘소설’을 유지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로켓맨’을 외치게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풀려진 기대감에 의존하는 외교는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액턴 국장은 6∼12개월 안에 다시 긴장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사찰단이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엔진시험장을 각각 두 시간 둘러보는 데 그쳤다고 치자.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 시점에서 북한에 ‘2주 줄 테니 영변 핵시설을 전부 폐기하라’는 최후통첩을 날린다 해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다음 달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외교적 승리가 절박해져 북한을 더 압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기에 결국 현재 대화 국면을 이어가되 초점을 완전한 비핵화에서 북한의 핵 능력 동결 및 감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액턴 국장의 생각이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치를 충족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여 놓은 것은 실수”라며 “대화를 이어가되 트럼프의 현실감을 유지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국내 언론에 북한 비핵화 회의론을 펼치는 것으로 소개된 많은 전문가가 사실은 액턴 국장과 같이 핵억제팀에 속해 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정치학과 교수와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대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국장이 대표적이다.

나랑 교수는 16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 비핵화에 회의적인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핵무기를 강압적으로 뺏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와 제임스 (액턴 국장)는 북한 핵무기를 관리하고 이와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액턴 국장은 최근 핵억제팀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자 일부로부터 ‘강경파’ 취급을 받은 것에 대해 “‘진실의 순간’이 결국 온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의미 있는 조치를 하면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그룹에서 핵억제팀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결코 작지 않다. 액턴 국장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핵 감축 옵션이) 별로 인기가 없지만 핵정책 전문가들 중엔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CNI) 국방연구소장은 11일 내셔널인터레스트에 “(미국이 취해야 할) 대북정책에 대해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며 “한반도에 지속되는 평화를 원한다면 북한이 핵을 가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밝혔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북핵 동결파#제임스 액턴 카네기재단 국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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