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기사당, 텃밭 바이에른서 참패… “독일 정치에 지진 일어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메르켈의 대연정 타격
기사당 1당 지켰지만 최악 성적… 중도좌파 사민당 한자릿수 추락
녹색당 약진… 기성정당 심판
사민과 대연정중인 기민-기사 연합… 이젠 녹색당까지 끌어와야 될판

환호하는 녹색당 14일 독일 뮌헨에 있는 바이에른주 의회에서 선거 결과를 기다리던 녹색당 지도부들이 
2당이 됐다는 출구조사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인구가 가장 많은 바이에른주 선거에서 기민당 사민당 등 대연정 참여 정당들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위기를 맞게 됐다. 뮌헨=AP 뉴시스
환호하는 녹색당 14일 독일 뮌헨에 있는 바이에른주 의회에서 선거 결과를 기다리던 녹색당 지도부들이 2당이 됐다는 출구조사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인구가 가장 많은 바이에른주 선거에서 기민당 사민당 등 대연정 참여 정당들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위기를 맞게 됐다. 뮌헨=AP 뉴시스
“독일 정치에 지진이 일어났다.”

토마스 클라이네브로크호프 독일 마셜펀드 재단 부이사장은 14일 바이에른주 선거 결과를 본 뒤 “이번 선거는 독일 대연정 자체에 대한 불만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독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인 바이에른주에서 기독민주당(기민당)의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기사당)과 대연정의 한 축인 사회민주당(사민당)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정치적 위기에 빠져들었다. 올해 3월 총선 6개월 만에 간신히 꾸려진 대연정 자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이날 선거에서 37.2%를 득표한 기사당은 1당의 자리는 지켰지만 1957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은 1950년대 기사당과 정치적 연합을 맺은 이후 바이에른주 선거에서 후보자를 내지 않고 기사당을 지원해 왔다. 기사당은 1962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늘 과반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득표율이 직전 선거보다 10%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30%대 득표에 그쳤다.

기사당 못지않게 충격에 빠진 건 중도 좌파 사민당이다. 2013년 바이에른주 선거 때 20.6%로 2당이었던 사민당의 득표율은 한 자릿수(9.7%)로 떨어져 5당으로 내려앉았다.

독일 정치전문가 하인리히 오버로이터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와 유권자가 바뀌었는데 주류 정당들은 잠만 자고 있었다”며 이번 선거 결과를 기성 정당에 대한 심판으로 평가했다. 2013년 63.6%였던 투표율은 이번 선거에서 72.4%로 크게 올랐다.

양대 정당들이 잃은 표는 좌우 극단주의 정당들이 가져갔다. 녹색당은 이전 선거의 두 배가 넘는 득표율인 17.5%를 기록해 2위로 뛰어올랐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두 자릿수 득표율(10.2%)을 기록했다. 이번 선거로 AfD는 전체 독일 16개 주 중 15개 주 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뮌헨이 포함된 바이에른주(인구 1300만 명)는 BMW, 아우디, 지멘스 등 독일 대표 기업이 몰려 있는 최대 산업지역이다. 실업률 2.8%로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고 범죄율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보수 세력의 텃밭인 이곳 유권자들이 집권 세력인 기민-기사 연합에 칼을 들었다는 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대연정과 기성 정당에 대한 심판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메르켈 총리에게 더 큰 타격은 대연정의 틀이 붕괴 직전이라는 데 있다. 기사당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다른 나라를 거쳐 온 난민에 대해 국경을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강경한 극우 정책으로 메르켈 총리와 큰 갈등을 빚어 왔다. 그러나 정작 극우정당의 표는 가져오지 못했고 연정에 실망한 온건 지지층이 난민 수용에 우호적인 녹색당으로 옮기면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기사당의 과반 의석 확보 실패에 대해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기민당 사무총장이 “기사당이 이민 문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라고 비판하자 기사당의 제호퍼 장관은 “공동의 책임”이라고 맞섰다. 참패한 사민당 역시 대연정 자체에 강한 회의를 나타냈다.

9월 총선에서 사민당까지 포함해 대연정을 꾸렸던 기민-기사 연합은 이제는 바이에른주에선 사민당뿐만 아니라 녹색당까지 끌어들여야 정권이 구성되는 상황이 됐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독일#정치#선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