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활동서 마을 재생 희망으로… 도시농업의 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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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행촌권 성곽마을’ 가보니



서울 종로구 무악동 ‘행촌권 성곽마을’에서 도시농업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과 관계자들이 허브 작물 교육을 받던 중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달부터 6개월간 교육을 받고 있는 청년 15명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도시농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도시농업과 관련된 창업이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 종로구 무악동 ‘행촌권 성곽마을’에서 도시농업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과 관계자들이 허브 작물 교육을 받던 중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달부터 6개월간 교육을 받고 있는 청년 15명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도시농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도시농업과 관련된 창업이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 종로구 ‘행촌권 성곽마을’은 행촌동 무악동 사직동 일대의 텃밭과 육묘장 등을 가꾸는 마을이다. 최근 기자가 찾았을 때 아파트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텃밭에서는 한창 김장배추가 자라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김장배추를 심기 전에는 여름상추를 키웠고 봄에는 고추, 토마토, 가지 등을 심었다.

이곳에 텃밭이 조성된 건 2016년 2월이다. 행촌권 성곽마을이 오랫동안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점점 낙후돼 가던 때였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도시농업을 통해 마을 일대를 재생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쓰레기가 가득 쌓인 버려진 땅을 텃밭으로 변신시키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텃밭 조성을 위해 치워낸 쓰레기만 50t에 달했다. 현재는 노지에 조성된 텃밭이 약 660m²다. 어른 양팔 너비의 상자에 작물을 담아 키우는 상자텃밭은 400개다. 씨를 심고 모종을 재배하는 육묘장도 있다.

처음 농업을 통해 도시재생 사업을 벌인다고 했을 때 주민들은 ‘귀찮게 그런 걸 왜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쓰레기 더미가 푸르게 바뀌자 하나둘 재생 사업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곳에서 키운 모종 4만 본을 종로구 17개 동에 내다 팔아 약 500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 양봉 사업으로는 연간 25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농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마을 공동기금으로 조성하거나 금액 일부는 참여 가구에 수고비로 돌아간다. 주민들이 함께 땀 흘리며 공동체 의식이 강해진 것도 긍정적인 효과다.

이곳의 성과를 보고 여러 지자체들이 도시농업을 통한 도시재생을 기획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60여 개 마을이 도시농업을 활용한 재생사업을 검토 중이다. 과거 도시농업이 단순한 취미활동 정도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환경을 정화하고 주민들에게는 일거리와 수익을 주는 사회적 사업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김동수 행촌권 성곽마을 도시농업공동체 대표(66)는 “앞으로는 작물 재배를 보다 전문화해서 수익을 증대하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구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농업을 통한 일자리가 중장년 마을 주민들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다. 9월부터 무악동에 마련된 교육장에는 청년 15명이 도시농업 교육을 받고 있다. 전통적 농업 재배법은 물론 약초와 허브 같은 특수작물, 원예 그리고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기술(BT) 등 첨단 기술을 결합시킨 스마트팜에 대해 배운다. 이 교육은 서울시 뉴딜 일자리 프로그램 중 하나다. 서울시의 대표적 청년 일자리 사업인 뉴딜 일자리 사업에 도시농업 분야가 포함된 건 처음이다.

교육에 참여한 김영준 씨(31)는 수직 형태로 작물을 가꾸는 텃밭 키트를 디자인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도시농업은 공간 활용이 중요하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교육을 진행하는 노원몬드라곤협동조합의 고창록 이사장은 “도시농업은 환경 정화와 안전한 먹을거리를 원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고 스마트팜은 주변 여건과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다양한 재배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성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농업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미래 일자리의 보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시농업의 성장 가능성에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대형 포털들은 현재 도시농업에 투자했거나 검토에 들어갔다. 서울시 역시 도시농업을 다방면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시 도시농업 담당자들은 최근 영국을 찾아 전철역 지하 벙커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현장을 보고 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지하철역 중에도 작물 재배에 적합한 온도와 습도를 가진 곳들이 있다. 사업성을 검토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도시농업#성곽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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