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脫北 조선일보 기자 취재 불허는 명백한 언론자유 침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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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공동취재단에서 탈북민 출신 조선일보 기자를 배제했다. 통일부는 “한정된 공간에 양측 기자가 두세 명씩 들어와 서로 조우하게 되는데, 그 기자가 (탈북민 출신임이) 알려진 상황이어서 원활한 회담 진행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자단의 재발 방지 요구에도 조명균 장관은 “(향후에도) 오늘 같은 상황이라면 같은 판단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통일부는 “북측의 이의제기는 없었다”며 자체적인 판단이라고 했다. 혹시라도 북한이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양측 간 마찰을 낳을 수 있어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는 얘기다. 과거 북측이 우리 취재진 방북을 불허한 적은 있지만, 우리 정부가 나서 특정 기자를 배제한 것은 전례가 없다. 해당 기자는 올해 초 김여정의 평창 겨울올림픽 방문 때도 공동취재단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부는 안보상 기밀이나 신변상 안전 문제 등이 아니라면 언론에 취재의 자유와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 기자는 통일부 기자단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이고, 그 장소도 남측 관할지역이다. 정부가 명백한 사유도 없이 ‘원활한 회담 진행을 위해서’라는 자의적 판단으로 취재를 불허한 것은 분명한 언론자유 침해다. 이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위협한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 설령 북한이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정부가 언론의 정당한 취재활동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당당히 밝히고 이해시켰어야 한다.

남북의 체제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은 우리가 알아서 피한다고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훗날 더 큰 문제를 쌓아두는 것일 수 있다. 해당 기자는 “이런 식으로 ‘이등 국민’ 취급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는데, 이번 조치에 탈북민 사회가 느낄 좌절감도 고려했어야 한다.
#남북 고위급회담#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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