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피해 영덕군에 전국서 ‘온정의 손길’ 이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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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 안팎 자원봉사자 구슬땀… 침수 피해 주택-과수원 등 청소
열흘간 전국서 성금 12억원 답지, 쌀-생수 등 생필품도 계속 접수

15일 경북 영덕이 태풍 콩레이의 피해를 입은 지 열흘째를 맞은 가운데 전국에서 온정의 손길이 모여들고 있다. 최근 자원봉사자들이 침수 피해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영덕군 제공
15일 경북 영덕이 태풍 콩레이의 피해를 입은 지 열흘째를 맞은 가운데 전국에서 온정의 손길이 모여들고 있다. 최근 자원봉사자들이 침수 피해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영덕군 제공
13일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2리의 한 주택가. 김천시 자원봉사센터 소속 자원봉사자 26명이 태풍 콩레이로 침수 피해를 입은 주택 5채의 복구 작업을 벌이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이들은 집집마다 물에 젖은 벽지를 도배용 칼로 긁어 떼어내고, 장판을 손으로 걷어냈다. 이유진 김천시 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젖은 벽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나중에 도배를 해도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며 “꼼꼼하게 떼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벽지와 장판 제거 작업을 마친 자원봉사자들은 피해가 가장 컸던 강구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도 침수 피해를 입은 가게 6곳의 복구를 도왔다. 한 옷가게는 수백 벌의 옷이 모두 흙탕물에 젖었다. 가게 주인은 그나마 덜 젖은 옷을 몇 벌이라도 건져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고무 대야에 맑은 물을 받아 흙탕물이 묻은 옷을 애벌빨래했다.

15일 영덕이 25호 태풍 콩레이로 피해를 입은 지 열흘째를 맞은 가운데 전국에서 온정의 손길이 밀려들고 있다. 하루 평균 1000명 안팎의 자원봉사자가 일손을 보탰고, 10억 원이 넘는 성금이 모였다.

영덕군에 따르면 15일까지 전국의 123개 단체에서 모두 8126명의 자원봉사자가 피해 복구를 도왔다. 대구와 경북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 충북 등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와 영덕 주민들의 아픔을 보듬으며 복구 현장을 누볐다. 이들은 침수 피해 주택이나 상가, 과수원 등에서 벽지를 뜯어내거나 못 쓰는 물건들을 치우고 청소하는 데 땀을 쏟았다.

지난해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충북 청주와 괴산에서도 영덕의 피해 복구에 팔을 걷었다. 10일 충북도 자원봉사센터와 청주시 자율방재단이 자원봉사에 참여했고, 13일에는 청주시 자원봉사센터와 괴산시 새마을회가 일손을 거들었다. 김대중 청주시 자원봉사센터 팀장은 “지난해 청주가 집중호우 피해를 입었을 때 영덕을 비롯한 경북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은혜에 보답하고 하루빨리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영덕을 찾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전국의 개인, 기관, 단체에서 모두 1180건, 12억1793만 원의 성금이 모였다. 또 쌀과 라면, 생수, 음료수, 휴지, 계란, 모포 등의 지원 물품도 계속 접수되고 있다. 영덕군은 현재까지 모인 성금과 물품을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피해를 완전히 복구하는 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도로와 하천 등 공공시설 복구율은 90% 수준이지만, 주택 등 민간 부문의 복구는 아직 한참 남았다. 5, 6일 태풍 북상 당시 주택과 상가 등 1129채가 침수돼 47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이 중 76명이 아직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다. 잠정 피해금액만 176억 원에 이른다. 성복수 오포2리 이장은 “건물이 다 말라야 도배와 전기시설 수리를 할 수 있다”며 “주민들이 집에 돌아가려면 최소 1, 2주일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자원봉사자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하루 평균 1000여 명 수준이던 자원봉사자가 15일엔 298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영덕군 관계자는 “완전히 복구하려면 아직 일손이 많이 필요한데 관심이 갈수록 줄고 있어 걱정”이라며 “피해 주민들이 아픔을 털어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계속 많은 분들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영덕#콩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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