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간 아들의 유족연금 모아 육사에 1억 전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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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암으로 숨진 이상엽 생도 유족, 연금에 아들 저금통 돈 더해 기부
“후배 생도들 꿈 이루는데 도움되길”

육군사관학교에 재학 중이던 1987년 위암으로 순직한 고(故) 이상엽 소위의 아버지 이승우 옹(84·왼쪽)이 정진경 육군사관학교장에게 31년간 모은 유족연금 등 1억 원을 육사발전기금으로 전달하고 있다. 육사 제공
육군사관학교에 재학 중이던 1987년 위암으로 순직한 고(故) 이상엽 소위의 아버지 이승우 옹(84·왼쪽)이 정진경 육군사관학교장에게 31년간 모은 유족연금 등 1억 원을 육사발전기금으로 전달하고 있다. 육사 제공

“이 돈은 아들이 못다 이룬 꿈의 값입니다. 후배 생도들의 꿈을 이루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8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한 이승우 씨(84)는 감회 어린 표정으로 기부증서를 육사 측에 건넸다.

증서를 전달받은 정진경 육사 교장(중장)은 “참으로 장한 결심을 하셨다”며 “육사 발전에 큰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답했다. 이 씨는 이날 1억 원을 재단법인 육사발전기금(이사장 길형보)에 출연했다. 31년 전 육사 재학 중 암으로 투병하다 먼저 떠난 아들 이상엽 소위의 유족연금을 꼬박 모은 돈이다.

육군에 따르면 이 소위는 경성 중·고교를 졸업한 후 1984년 육사 44기로 청운의 꿈을 안고 입학했다. 1학년 생도 시절부터 학업은 물론이고 체육, 리더십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우수 생도로 선발돼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로 파견되기도 했다. 모든 분야에서 솔선수범하면서 다른 생도들을 이끄는 그를 학교 측에서도 높이 평가했다고 육군은 전했다.

하지만 생도 2학년 시절 평소와 다른 몸 상태로 병원을 찾은 그는 위암 판정을 받았다. 병세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비보였지만 이 소위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걱정하지 마시라”며 의연하게 재기 의지를 불태웠다고 한다. 이후 당시 미국 내 가장 큰 군 병원인 월터리드 육군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던 이 소위는 1987년 21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이후 육군 소위로 순직 추서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아버지 이 씨는 매달 나오는 유족연금을 모았고, 아들이 중고교 시절 저금통에 모아뒀던 용돈까지 더한 1억 원을 육사에 전달했다. 이 씨는 기부 행사에서 “육사는 국가에 헌신하는 청년 장교를 양성하는 곳이기에 이 돈이 더 값어치 있게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의 육사 동기회에서 매년 현충일이면 잊지 않고 상엽이를 위해 묘소에 꽃다발을 가져다줘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육사발전기금은 육군사관학교의 발전과 생도 교육 관련 사업 지원을 위해 강영훈 전 국무총리가 초대 이사장을 맡아 1996년 재단법인으로 창립됐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육군사관학교#기부#유족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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