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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났나 밀려났나… ‘트럼프 외교 아이콘’ 헤일리 사임 뒷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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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났나 밀려났나… ‘트럼프 외교 아이콘’ 헤일리 사임 뒷말

한기재 기자 , 박정훈 특파원 입력 2018-10-11 03:00수정 2018-10-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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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 유엔美대사 돌연 사퇴 발표
진심일까… “2020 대선 트럼프 도울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9일(현지 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트윗 해고’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헤일리를 오벌오피스로 초대해 사임의 변을 밝히도록 하는 특전을 베풀었다. 워싱턴=AP 뉴시스
9일(현지 시간) 사임을 발표한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46)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첫해 단연 가장 빛난 별이었다. 유엔 무대에서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추진해 백악관의 신임을 얻으면서도 할 말은 꼭 하고 넘어가는 소신파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런 행보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과 반(反)트럼프 인사들이 모두 신뢰하는 특수한 정체성을 지닌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인 ‘합리적 보수’ 인사로 통했던 헤일리 대사가 내년 1월까지만 대사직을 수행하겠다고 사임 의사를 밝히자 워싱턴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위급 참모들도 모두 놀랐다”고 전했다. 헤일리 대사는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직서에서 “공직은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맡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오랫동안 믿어 왔다”고 적었다.

○ 폼페이오·볼턴 ‘전면 등장’에 밀린 헤일리

트럼프 대통령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헤일리는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인 렉스 틸러슨이 대통령의 신뢰를 잃은 틈새를 공략하여 지난해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재선 주지사였던 헤일리는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반트럼프 진영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의 압박’ 지시에 맞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을 이끌어 냈다.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 “김정은이 전쟁을 구걸하고 있다”고 말해 북한을 자극했다.

또한 텔아비브에 있던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유엔에서 변호하는 과정에서 “반대하는 국가들의 이름을 적겠다”라고 압박할 정도로 높은 충성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헤일리의 공로를 인정하는 듯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사임 기자회견을 갖게 하는 특전을 선사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각각 3월과 4월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장악하면서 비중이 줄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의 전통적인 역할을 다시 과시하기 시작하고 볼턴이 견제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헤일리의 역할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현지 언론은 헤일리가 6개월 전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사의를 밝혔다고 전했는데, 시기상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취임 직후와 거의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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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소신 발언이 입지 축소를 불러왔다는 관측도 나온다. 헤일리는 유엔에서 러시아에 강경한 태세를 유지하며 친(親)러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과는 ‘엇박자’를 여러 차례 냈다. 지난해 12월 CBS 인터뷰에선 ‘트럼프 성추문을 폭로한 여성들을 어떻게 보는가’란 질문에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목소리를 높일 권리가 있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 미 안보 정책엔 큰 변화 없을 듯


안보리 대북 제재를 주도한 ‘강경파’ 헤일리의 퇴장으로 대북 정책을 포함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가 바뀔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폼페이오와 볼턴이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큰 변화는 없을 거란 분석이 많다.

후임으로는 디나 파월 전 NSC 부보좌관(45·현 골드만삭스재단 이사장)이 유력하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태어난 이민 1.5세대로 중동문제 전문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와 친해 ‘이방카의 여자’로 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아이오와주 유세장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2∼3주 내에 (후임을) 발표할 것”이라며 파월의 임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분명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녀) 이방카는 어떠냐’는 질문엔 “그녀는 다이너마이트같이 강렬하지만 내가 지명한다면 가족정치로 비난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헤일리의 다음 행보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 인도계 여성이라는 특징 덕에 전통적인 보수층은 물론이고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소수인종과 여성의 표심까지 사로잡을 수 있어서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기 때문이다.

헤일리는 9일 백악관에서 사임을 발표하며 “나는 2020년에 출마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유세에 나설 것”이라고 조기 출마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떠오르는 ‘별’인 헤일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견제 심리를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워싱턴포스트(WP)는 “헤일리는 트럼프 백악관을 떠나는 사람 치고는 매우 드물게 정치적 힘을 더한 상태”라며 “대통령에게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헤일리#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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