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블랙’의 연주와 열창 “미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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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싱어송라이터 섬니 내한공연
남녀 음역 넘나드는 팔세토 가창… R&B-포크-재즈 경계 허물어
블랙 패션 고집… 런웨이 음악도 “새 싱글에 흑인시위 현장음 담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특설무대에서 7일 객석쪽으로 내려와 노래하고 있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모지스 섬니. 프라이빗커브 제공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특설무대에서 7일 객석쪽으로 내려와 노래하고 있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모지스 섬니. 프라이빗커브 제공
“서울!”

무대에 서자마자 이렇게 외치며 두 팔을 양옆으로 뻗은 그는 마치 이제 막 홍해를 가르려는 모세 같았다. 195cm의 큰 키 때문인지 이국의 신 같기도 했다.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음악축제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에서 보여준 초인적 연주와 노래에 객석 여기저기서 “미쳤다”는 웅성거림이 들렸다.

처음 내한한 미국의 신성(新星) 싱어송라이터 모지스 섬니(28), 세계적으로 뜨거운 그를 공연 전 숙소에서 만났다. 섬니는 지난해 1집 ‘Aromanticism’으로 세계 평단의 극찬을 끌어냈다. 남녀 음역을 넘나드는 정교하며 유려한 팔세토 가창은 가히 초현실적. 몽환적 화성과 독창적 선율 감각으로 그는 R&B, 포크, 재즈의 경계를 무색하게 하는 새로운 음악 절경을 만들어냈다.

“10대 때 60달러짜리 통기타를 사서 음악을 독학했어요. 귀에 들리는 대로, 마음이 가리키는 대로 연주하다 보니 제 음악이 독창성을 갖게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떠오르는 패션 아이콘이기도 하다. 지난주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했다. 루이뷔통의 새 패션쇼 음악을 만들었다. 섬니의 뮤직비디오와 앨범 커버는 미니멀리즘 패션의 정수다. 공동 연출과 주연을 맡은 비디오에서 섬니는 인어나 말과 사랑에 빠진다. 기이하다. “인간성에 대한 호기심이야말로 늘 저의 관심사예요. 외계인이나 동물의 시선에서 탐구하고 싶었어요.”

스스로는 블랙 패션의 전도사다. 앙드레 김의 정반대인 셈. “2, 3년 전부터 검정 옷밖에 안 입고 있어요. 이런 검정 재킷만 20벌 넘게 갖고 있죠. 깨끗해 보여서 좋아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고향인 아프리카 가나의 아크라에서 6년간 청소년기를 보냈다. 음반 속지의 말 사진도 모두 아크라에서 찍은 것. 왜 그렇게 말을 좋아할까. “말은 사람이랑 비슷해요. 강하고 아름답지만 때로 섬뜩하죠. 아티스트는 더욱더 그래요. 값이 매겨지며 공공의 재산으로 치부되고 가끔 누구든 올라타는 존재라는 점에서요.”

섬니는 어려서부터 맞선 고독이야말로 예술의 자양분이라고 했다. 초고음 가창은 혼자서 인디아 아리, 조니 미첼 같은 여성 가수들의 노래를 따라 하다 체득한 것이라고.

섬니는 최근 논란의 새 싱글 ‘Rank & File’을 내놨다. 백인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 문제를 직설적 가사, 격렬한 악곡, 울부짖음 같은 절창에 담았다. “2014년 시위 현장에서 제가 직접 녹음한 군중의 성난 목소리를 수록했습니다. 언젠가는 꼭 내야 했을 노래죠.”

‘모지스는 인간이 아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 달린 누군가의 댓글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모지스 섬니#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aromantic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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