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저유소 폭발까지 18분, 불난줄 몰라… 감지 영상장비 하나 없었다
더보기

저유소 폭발까지 18분, 불난줄 몰라… 감지 영상장비 하나 없었다

이지훈 기자 , 윤다빈 기자입력 2018-10-10 03:00수정 2018-10-10 04:34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고양 저유소 ‘풍등 화재’]송유관공사 화재관리 ‘구멍’

 
고양저유소에 풍등이 떨어져 잔디밭에 불이 붙은 뒤 저장탱크 화재가 발생하기까지 18분이 걸렸지만 그동안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는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발생 전날 저유소 인근에서 풍등 날리기 행사가 열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9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스리랑카인 남성 A 씨(27)는 7일 오전 10시 32분경 경기 고양시 덕양구 강매터널 공사 현장에 떨어진 지름 40cm, 높이 60cm의 풍등을 발견하고 날려 보냈다. 이 풍등은 6일 오후 8시경 저유소에서 800m 떨어진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행사 중 날린 70여 개의 풍등 가운데 하나였다.

이 풍등은 바람을 타고 오전 10시 34분경 저유소 내 휘발유 저장탱크 근처 잔디밭에 떨어졌다. 이어 10시 36분경 잔디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유증환기구를 통해 불이 옮겨붙으면서 18분 뒤인 오전 10시 54분경 대형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중실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번 화재를 통해 저유소 화재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유증환기구를 통해 불이 옮겨붙을 수 있을 정도로 화재에 취약하지만 탱크 외부에는 화재를 감지하는 영상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7738만 L의 석유류가 보관돼 있는 이 저유소에 화재 당시 직원 6명이 있었지만 잔디에 붙은 불이 저장탱크 화재로 이어지기까지 18분 동안 아무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 전국 저유소 8곳에 화재 감지 영상장비 없어
저장탱크 주변 잔디에 불이 붙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해 저장탱크 화재를 예방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저유소에 화재 감지를 위한 영상장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9일 브리핑에서 “폭발한 탱크에는 외부에서 화재 발생을 감지하는 장치가 달려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송유관공사 측은 “탱크 내부에 공간온도계가 설치돼 있어 화재 위험을 감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간온도계는 탱크 내부 온도가 80도를 넘으면 알람이 울리는 방식으로 화재 위험을 경고하는 장치다. 하지만 사고 당시 공간온도계는 화재를 감지하기 전 탱크 폭발로 파손돼 작동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불꽃감지기나 열화상카메라같이 탱크 외부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감지할 영상장비가 있어야 탱크로 불이 옮겨붙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교수는 “(저유소에 설치된) 열이나 연기를 감지하는 장치는 불길이 일고 온도가 급작스럽게 올라가면 소용없다”면서 “화재 예방을 위해선 탱크 외부에 불꽃감지기나 열화상카메라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본보 취재 결과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고양저유소 외에 송유관공사가 관리하는 전국의 다른 대형 저유소 7곳에도 화재 감지 영상장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화재 감지를 위한 영상장비를 설치할 의무는 없는 실정이다.

관련기사

○ “유증기 회수 장치 설치에 17억 원…효율 낮다”

탱크 내 유증기를 다시 액화시켜 화재 위험을 줄여주는 유증기 회수 장치도 8곳의 저유소에 모두 없다.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된 판교저유소도 마찬가지다. 이에 송유관공사 관계자는 “회수 장치를 설치하려면 저장탱크 하나당 약 17억 원이 필요한데 가격 대비 효율 때문에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안전기준에 맞췄으니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밝혔다.

외부에서 불꽃이나 연기를 감지하는 영상장비가 없으면 당직자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한다. 고양저유소에는 46대의 CCTV가 있다. 통제실은 2인 1조로 근무하는데 CCTV만 보는 인력은 없고, 화재 당일에는 통제실에 1명만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송유관공사 관계자는 “통제실 근무자가 상시적으로 CCTV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근무 중에 CCTV를 확인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별도의 당직자 매뉴얼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장탱크 주변 바닥을 잔디 대신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같은 불연성 물질로 깔았더라면 이번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다. 송유관공사 측은 “다른 저유소에는 아스팔트가 깔려 있다”고 밝혔다.

○ 8년 동안 저유소 인근서 풍등 날렸지만…

저유소에서 800m 떨어진 초등학교에서 6일 열린 1박 2일 캠프 참가자 150여 명은 풍등 70여 개를 날렸다. 이 행사는 2011년부터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8년째 열리고 있다.

화재 위험 물질인 풍등 관리는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 소방기본법에는 관할 소방서장이 풍등 같은 소형 열기구를 날리는 것을 금지할 수 있고, 이를 어기고 풍등을 날리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공연법상 1000명 미만이 모이는 행사는 ‘재해 대처 계획’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할 의무가 없다. 참가자가 신고하지 않는 이상 소방당국은 누가 어디서 풍등을 날릴지 파악하기 어렵다. 인근 소방서 직원은 “풍등을 날리는 것은 신고 의무가 없어 미리 관리하거나 알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 / 고양=윤다빈 기자
#저유소 폭발까지 18분#감지 영상장비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

부동산 HOT ISSUE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