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현종 “보호무역 오래갈 것”… 규제 풀어 新산업 키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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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한미 간 무역 현안이 일단락됐다. 이 협상을 총괄해온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본보와 가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 통상 분야는 평시 체제에서 전시 체제로 바뀌었다”며 현장에서 직접 부딪힌 소감을 피력했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는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조류로 한국도 이 점을 잘 이해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의 제기로 시작된 이번 개정협상에서 우리가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한미 FTA 개정협상은 세계 무역질서가 바뀌는 거대한 흐름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관세 무역 일반 협정(GATT)’,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수립된 자유무역체제가 중심인 미국에서부터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한국의 1, 2위 수출국인 미-중 간 무역전쟁도 격화되고 있다.

한국은 수출입 규모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이를 정도로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김 본부장의 지적대로 한국을 둘러싼 글로벌 무역전쟁은 장기전이다. 장기전은 장수 몇 명이 선두에서 눈부시게 싸우고, 한두 번 협상을 잘하는 것만으로 이길 수는 없다. 올바른 전략을 수립하고 신무기를 중심으로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전력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수출의 주력 부대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이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안심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고 비관만 할 필요도 없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막대한 관세를 물리는 격전의 와중에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에 미국이 제동을 걸면 중국과 기술 격차를 더 벌릴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기술 인수합병(M&A)을 위한 기업투자펀드 조성, 바이오·헬스케어 같은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완화 카드를 더 이상 만지작거리고만 있을 여유가 없다.

한미 FTA 사례가 보여주듯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위기와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더 늦기 전에 닥쳐온 무역전쟁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고민하는 데 경제 역량과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미 fta#보호무역#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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