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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업무마비” 몸살… 환경훼손-주민갈등도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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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업무마비” 몸살… 환경훼손-주민갈등도 증폭

유재영 기자, 강정훈 기자 , 박광일 기자입력 2018-10-06 03:00수정 2018-10-06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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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태양광 발전시설 설립 신청’ 열풍 뒤엔…
태양광 발전 열풍의 명과 암
지구 온난화 방지 등을 위해 태양광 발전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환경 훼손’ 지적도 나오고 설비 건설 과정에서 주민들과의 마찰도 빚어지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태양광 발전 패널 시설 일부가 8월 말 내린 집중호우로 무너져 내렸다(왼쪽 사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의 태양광 발전 시설은 유휴 농지에 조성돼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올해 태양광발전에 투자하겠다는 사업자들의 허가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속도 조절을 하려는 정부와 규제를 풀려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엇박자도 투자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태양전지판 설치 과정의 환경 훼손과 안전, 사업부지 주변 지역 주민과의 갈등도 없지 않다. ‘청정에너지’로 각광받지만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은데….》



“평일 야근에 주말, 휴일에도 근무하지 않으면 일처리가 불가능합니다.”

경북 상주시 에너지계 직원들은 올해 들어 매월 수백 건씩 밀려드는 태양광 발전소 설립 신청 업무를 처리하느라 녹초가 됐다. 2016년 144건에 불과하던 태양광 발전 시설 설립 관련 업무 신청 건수가 지난해 2018건으로 14배나 늘었다. 올해 9월까지는 약 1500건이 접수됐다.

전남 신안군은 올해 태양광 발전 시설 허가 신청 건수가 이달 초까지 1830건으로 지난 한 해 동안 45건에 비해 41배나 증가했다.

올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난데없이 소규모 태양광 발전 신청 열풍이 불고 있다. 주로 지자체에 태양광 발전 허가 신청이 쇄도하는 것은 1000kW 이하 소규모는 기초 지자체, 3000kW 이하는 광역지자체에서 허가하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이 중앙정부에서 허가하는 대규모가 아닌 중소규모 태양광 발전 투자를 선호하는 것은 정부의 전기료 보상 등 지원은 같지만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무분별한 태양광 발전 투자로 인한 산림 훼손이나 주민과의 마찰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사용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묻지마 투자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전국에 부는 태양광 발전 투자 열풍


충남에서는 올해 9월까지 태양광 발전 시설 허가 건수가 405건으로 지난해 160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발전 용량 500∼3000kW 기준). 부여, 보령, 논산, 공주 등에서 신청이 계속 쇄도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신청 건수가 급격히 늘어 담당 직원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렸다. 담당자들은 야근이 기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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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도 2015년 106건, 2016년 185건, 2017년 371건에서 올해는 8월 31일 기준 478건으로 늘었다. 특히 태양광 발전 시설 관련 조례가 없는 청주시는 2015년 62건에서 올해 274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강원 영월군은 태양광 발전 시설 허가 수가 지난해 47건에서 올해 4일 기준 154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상동면 고랭지 지역과 주천면 용성리 일대에서 허가 신청이 몰렸다. 상주시 관계자는 “국정 감사를 앞두고 국회의원실에서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있으나 태양광 업무가 많아 감사자료 만들 시간조차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년 사이 상주시의 태양광 사업 인·허가 업무 담당 직원이 4명이나 바뀌었다. 현재도 신청이 280건가량 밀려 있는 상황이다.

○ ‘싼 유휴지’ ‘토지 형질 변경’ 이유도 제각각

전남 신안군은 지난해 12월 도시계획조례 개정으로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거리 제한을 완화했다. 기존에는 해안선과 도로에서 1km, 주택에서 500m 거리 내에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지을 수 없도록 했으나 개정된 조례에서는 해안선과 도로 100m, 주택에서 50∼100m까지로 바뀌었다. 신안군 관계자는 “정부의 태양광 에너지 정책 육성 취지에 부응해 거리 제한을 완화했다”며 “군 지역경제과에는 시설 허가 신청이 하루에 30∼40건씩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일정 기준의 자격과 부지, 사업성 등이 있으면 어느 곳에서든 발전소 시설 설치가 가능하도록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충남 지역에서는 땅값이 저렴한 지역이 태양광 투자 유인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논산시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한 김모 씨(59)는 “시설 투자에 비용이 들지만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매달 일정한 수입을 얻을 수 있어 연금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강원 영월군 관계자는 “영월군은 면적이 넓은 데다 노는 땅이 많다 보니 태양광 사업의 적지로 알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 고성군은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공시설 유휴 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군은 관내 해수욕장 주차장 27곳과 쓰레기 매립지 19곳, 채석장 복구 예정지 1곳을 대상으로 입지 조건과 경제성을 분석하고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태양광 발전 시설을 했던 지역의 형질 변경이 가능해 ‘부동산 투자 가치’가 높은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태양광 발전 육성을 위해 정부가 발전 전력을 비싼 값에 구매해 주는 데다 발전 설비가 있는 땅의 지목을 변경할 수 있는 등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지역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투자냐, 부동산 투자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환경 오염을 줄이는 태양광 발전 육성을 위해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게 전기료를 보상해주는 제도가 일부에서는 부동산 투자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이 같은 ‘부동산 투자 기대’는 서울 경기 등 토지 가격이 비싸고 임야나 그린벨트 내에서의 개발 허가가 어려운 지역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남에서 10여 년 전부터 태양광 발전소 건설과 운영 사업을 하고 있는 N태양광 이모 대표(60)는 “수도권은 하루 발전 시간이 경남에 비해 짧아 전기만 생산해서는 타산이 떨어지지만 특별법 등으로 발전 사업 허가와 개발 행위 허가를 받아 잡종지로 지목을 바꾼 뒤 높은 가격에 땅을 팔거나 건축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환경 훼손 논란과 주민 갈등 부작용

태양광 발전 허가 신청이 급증하면서 발전 시설에 의한 환경 위험과 주민과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시설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시설 부실 시공, 설비 사고, 환경 사업장 폐기물 방치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임야 내 태양광 발전 시설이 흉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7일부터 ‘태양광 보급 확대에 따른 부작용 해소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산자부가 주로 시공에 따른 안전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환경부는 8월 백두대간, 법정보호지역, 보호생물종 서식지 등 생태적으로 민감한 곳과 경사 15도 이상 지역은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를 피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일부 농어촌 주민은 “외지인들이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 환경 문제를 유발하고 수익금만 챙겨갔다”며 반발한다. 현행법은 2000kW 이상 태양광 발전소는 주변 지원 사업을 의무로 하고 있다. 기초지자체에 소규모 투자 신청을 하는 것도 이 같은 의무를 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걸로 분석된다. 일부 업자는 주변 지원 사업 의무규정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쪼개 운영하다 현지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이런 반발 때문에 태양광 발전소 수익을 업자와 현지 주민들이 함께 나누는 공유경제 움직임도 있다. 전남 신안군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에 관한 조례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양광·풍력 발전소 운영 이익을 주민들과 나누는 조례를 시행하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조례는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지을 경우 주민이 설립한 조합이 전체 투자비의 30%를 대는 방식으로 개발이익을 나누도록 하고 있다.

○ 중앙정부는 감속, 지자체는 가속 엇박자도

산자부는 6월 26일 일반 부지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공급인증서(REC) 기중치를 기존안(0.7∼1.2)대로 유지하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임야 태양광 발전소는 0.7로 축소했다. 가중치가 낮아지면 발전 단가가 낮아져서 한전 등에서 전기를 매입하는 가격이 줄어들어 그만큼 태양력 발전 사업자들로선 손해다.

또 산자부는 ‘일시사용허가제도’를 도입해 사업자가 임야 지목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고, 태양광 수명인 20년 동안 토지를 사용한 뒤 임야로 원상복구토록 했다. 일단 산자부는 혼란을 우려해 3개월 유예 기간을 줬다. 이 기간 내에 임야 발전소 허가를 취득하는 사업자는 개정 전 제도 지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최근 상주를 비롯해 인근 경주, 봉화 군위, 영덕, 영천 등에서 허가 신청이 급증한 것은 유예 기간 내에 신청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일시사용허가제도’를 담은 법 시행령은 아직 입법 예고 직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산림청 정종근 산지정책과장은 4일 “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를 거쳐 오늘 산림청 자체 심사를 끝마쳤다. 법제처 심사와 차관,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되는데 11월 말 시행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야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한 허가 신청이 늘어날 여지가 남아 있다.

중앙정부의 감속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설 신청 및 허가 건수는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소규모 발전 설비 허가권을 가진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서도 투자 증가를 막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개정된 규제 강화 지침이나 법이 모두 시행되지는 않는 것도 태양광 투자 열풍이 지속되게 하는 한 요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침이나 법 시행 전에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태양광 발전 사업 여건이 변화하면서 사업 조건이 까다로워져 사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재영 elegant@donga.com / 창원=강정훈 / 상주=박광일 기자
#태양광#환경#발전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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